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단 자동차 공학회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과 얽혀있던 수많은 제조, 금융, 서비스 등의 사업체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현금의 흐름은 시장의 지각변동보다 빠른 법이다. 이로써 규모의 경제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부정론을 제시하는 전문가나 매스컴도 다각화된다. 원론적으로 전기차가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현금과 경제의 흐름에 뒤따를 뿐이고, 테슬라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급작스러운 패러다임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던 레거시 브랜드들에겐 악재로 작용한다.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 기존의 네트워크는 청산해야 하고, 많은 기회비용을 투자한 기술력은 백지화가 된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판매량과 마진율이 낮고, 때문에 영업익을 위해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개발을 중단할 수도 없다. 특히 서론에서 밝힌 내용처럼 전기차에 대한 부정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침체기가 도래할 수 있다. 강제로 문어발식 사업으로 확장해야 했던 것이다. 때문에 다수 우량 기업들은 ICEV의 라인업을 축소하고, EV 전용 플랫폼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독일의 BMW는 2021년 D세그먼트 급 세단형 전기차 ‘I4’를 공개한다. 프로젝트 코드가 ‘G26E’로 원형이 되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를 전기차로 파생시킨 모델이다. BMW는 ‘i’브랜드를 런칭하며 전기차의 개발에 앞장섰던 브랜드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EV와 ICEV의 공용 아키텍처를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전기차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2022년 한국 시장에 출시한 i4도 나름 합리적인 상품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고 주행성능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승차량은 BMW i4 그란쿠페 eDrive40 M Sport Pro 트림이다. 반도체 수급 차질 등의 문제로 한국 시장에는 단일 트림으로 시판 중이고, 정확히는 i4 M 50까지 두 가지 라인업이 존재한다. M sport 프로의 경우 M 스포츠 브레이크와 전자제어식 댐퍼로 탄탄한 섀시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모터의 특성상 토크가 굉장히 높아 주행 세팅이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 또, 하만카돈 오디오와 2열 열선시트까지 편의 장비가 풍부하게 마련된다.

i4의 디자인은 그저 상징적인 BMW다. 물론 버티컬 키드니 그릴만으로 많은 논란이 되었던 시절도 있지만, 해체주의를 추구하는 최근의 BMW를 떠올리면 그나마 익숙한 모습이다. 특히 육각형의 엔젤 아이에서 BMW의 분위기가 물씬 흐른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굳이 인위적인 차별화를 가하지 않기도 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상단부는 막혀있지만 일반 그릴과 유사한 패턴이고, 양측 에어인테이크도 4시리즈 그란쿠페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LOW&WIDE 한 실루엣이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측면 디자인이야말로 I4 그란쿠페 그 자체다. 길고 낮게 뻗어있는 보닛과 날렵한 A필러, 그리고 완만하게 뻗어나가는 C필러 라인이 쿠페의 감성을 자극한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하여 보다 세련되고 날렵한 프로필을 완성하기도 했다. 도어 패널의 캐릭터 라인은 양과 음의 면을 구분하며, 프런트 펜더의 에어 브리더가 공력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도어 캐치도 플러시 타입으로 차체 면에 스며들어 있다. 대신 전자식이 아니라 손을 집어넣는 기계식인데, 타 브랜드의 오토 플러시 기능보다 오히려 편리하고 신뢰적이라는 생각이다.

후면 디자인도 4시리즈 그란쿠페와 큰 차이는 없다. 대신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라도 범퍼에는 머플러 팁이 생략되어 있다. 신기한 점은 머플러 팁의 위치 그대로 디퓨져 형상이 자리 잡고 있어서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양 끝에는 에어 인테이크가 가공되며 고성능 자동차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쿠페답게 완만히 뻗어있는 숄더 라인은 매력적인 후면 실루엣을 조성해 준다. 테일램프는 샤프한 윤곽선으로 카리스마 있는 그래픽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전기차의 분위기를 강조하지 않고, 지극히 BMW스럽고 날렵한 이미지의 디자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 4시리즈와 나름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14.9인치 센터 모니터를 통합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센터페시아에는 정말 몇 가지 버튼만 남았고, 센터 콘솔에는 푸른색의 전원 보튼과 기어노브가 탑재된다. 알루미늄을 적극 활용한 인테리어 트림은 BMW 특유의 세련미가 느껴진다. 푸른색 엠비언트 라이트가 친환경의 분위기를 강조하며,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운전의 흥미를 자극해 준다.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낮고, 전기 차인데 의외로 바닥면이 높게 느껴지지 않아 이질감이 없었다.

2열 공간도 생각보다는 편안했다. 바닥면이 그렇게 높지 않고, 헤드룸도 받아들일만했다. 물론 전기차의 장점이 실내 공간 활용성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만큼 스타일이나 전비를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그란쿠페의 디자인 감각을 보면 2열 공간은 납득할 수 있다. 대신 차체 강성을 위해서인지 센터터널도 솟아있긴 하다. 편의 장비는 독립 공조와 열선시트 등이 있고, 해치 게이트엔 조그마한 러기지 스크린이 있다. 트렁크를 열면 기대 이상의 공간이 나타난다. 트렁크 면적이 길게 뻗어있고, 매트 아래에는 조그마한 잔여 수납공간이 있다.

 

전기자동차인 만큼 시동을 걸어도 적막하다. 그나마 버튼을 누를 때는 독특한 사운드를 내주기 때문에 전원 인가 여부를 알 수 있다. BMW는 세계적인 음향감독 한스짐머와 함께 전기차의 인공 사운드를 기획했다고 한다. 인터페이스는 익숙하지만, M 스티어링 휠에 패들 시프트가 없다는 사실이 이질적이다. 회생제동의 단계는 디스플레이에서 조절할 수 있고, 기어 레버를 ‘B’위치로 동작하면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로 변경된다. 섬세한 점은 ‘적응형 회생제동’이다. 앞 사물을 인지하여 관성 주행에서 회생제동의 강도까지 능동적으로 단계를 조절한다고 한다.

i4 40 edrive트림에는 250kw급 전기모터가 후륜에 탑재되어 있다. 단순 환산 시 최고 출력은 335Hp, 최대 토크는 43.9kg.m 수준이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박스는 하나의 어셈블리로 생산된다. 변속기가 없다 보니 토크 분배가 즉답적이고 파워트레인의 응답성과 효율은 화두 되지 않는다. 전기차 특유의 선형적인 가속감은 특히 정지 관성이 작용하는 상태에서 느껴보기 쉽다. 엑셀을 세게 밟으면 놀랄 만큼의 토크감이 전달된다. 제로백은 단 5.7초, 대신 150Kph 이상의 속력에서는 가속감이 둔화되고 약 2.1T의 무거운 차체 중량이 와닿게 된다.

전기차는 출력 제어가 간소화된다는 점도 자동차 산업에 신생 브랜드들이 영향력을 펼치게 된 이유중 하나다. 그마저도 도심 주행에서는 섀시 및 차음 성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애당초 전기차는 무게가 무겁다 보니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댐퍼의 감쇠력을 높게 세팅하여 차체 흔들림을 억제한다. BMW는 기본적인 세팅부터가 안정성에 편향된 부분이 있어, 도심 주행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나타내진 않는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다소 충격이 전해진다. 그나마 전자식 댐퍼를 컴포트 모드에 세팅했을 때 딱딱한 성격의 승용차를 모는듯하다.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차체 중량이 무거우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억지스러운 편안함보단 확실한 안정감이 낫다. 후륜 서스펜션에만 에어 스프링을 적용한 점도 차체 무게를 감안한 BMW의 노하우가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펀 드라이빙을 지향한다면 I4의 진가가 나타난다. 스티어링 휠과 댐퍼는 묵직하게 노면 감각을 전달해 주고, 흥미로운 가상 사운드가 엑셀 반응에 응답해 준다. 전동화 전기차라도 대용량 배터리 팩이 차체 하부에 탑재되고, 거의 5:5에 가까운 무게비를 실현하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저 중심 특유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롤링과 피칭 등 차체 흔들림이 훌륭하게 억제되어 있는 것이다. 고속 선회에도 후륜구동이지만 무거운 중량을 토대로 끈끈하게 트랙션을 유지해 준다. 무겁게만 느껴지던 스티어링은 이내 적당한 감도처럼 느껴진다. 스티어링 감각은 의외로 뉴트럴에서 약간의 언더스티어에 편향된 듯 느껴졌다. 예상보다 선회 반경이 넓었지만 회두성은 뛰어나다.

아날로그 한 감성은 부족하더라도 ‘고성능’자동차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채웠다. 전기차의 토크를 마음대로 내뱉기에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무거운 차체와 트랙션의 한계치는 솔직히 알아보기 어렵다. 무선 미러링을 지원하는 8세대 인포테인먼트와 HUD는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그리고 BMW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첨단 전자 장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체급 대비 풍부한 편의 장비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자동차의 특성이다. 가장 중요한 I4의 항속거리는 429Km로, 약 30분간의 급속충전으로 80%의 용량을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전력량은 84Kwh, 전비가 4.6km/kwh로 무게 대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항력계수가 불과 0.24Cd에 불과하기에 고속주행에서의 전비 하락이 심하지 않은 편도 장점이다.

BMW I4를 시승했다. BMW다운 탄탄한 승차감과 전기모터의 즉답적인 가속감이 인상적인 세단이었다. BMW가 제시하는 전기자동차는 그저 4시리즈 그란쿠페에 존재하는 하나의 엔진 트림에 불과한 것 같다. 섀시가 무거운 만큼 아예 이질감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더 나은 주행감을 선사하기도 할 것이다. 때때로 전기차는 재미가 없다는 표현을 듣기도 하는데, 이는 다수 제조사들이 일반 소비자들의 대중성을 공략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반면 BMW는 자사 고유의 성격을 강조했고 확실한 재미와 매력이 존재한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진짜 어떻게 이렇게 모였지…..엔카티비 야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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