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소형 SUV 이자 순수 전기차, EV3가 출시되었다. 국내에서 공개된 기아의 세 번째 EV 라인업이다. 고급화 전기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완성차 기업들의 관심은 염가형 전기차 시장으로 향한 바 있다. 전기차 생산설비에 유동 현금이 집중되면서, 전기차의 생산가는 꾸준히 낮아져 왔기에 가능해졌다. 아울러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아진다. 현대자동차 그룹 역시도 점유율 경쟁에서 양보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순수 전기 플랫폼으로 개발된 이번 EV3가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을지가 대목이다.

기아 EV3는 2024년 2분기에 공개되었다. 프로젝트 코드는 ‘SV1’ 새롭게 도입된 C 세그먼트급 신생 SUV다. 크기로는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정확히는 셀토스에 비해 전장이 짧고 전폭이 넓다. 사용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E-GMP’라고 한다. 다만, 앞서 후륜구동으로 출시되었던 EV6나 EV9과 다르게 전륜 구동을 표준으로 한다. 외관 디자인은 2023년에 공개되었던 EV3 콘셉트와 거의 동일하며, 플랫폼에는 LG에너지 솔루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HLI 그린 파워’에서 생산되는 삼원계 배터리 셀을 적용한다.

EV3의 디자인은 ‘이유 있는 즐거움’이란 철학으로 빚어졌다. 앞선 SUV 포트폴리오와 공유하는 세로형 헤드 램프를 기반으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함께 대담한 인상을 남긴다. 차체 하부를 감싸는 두꺼운 클래딩이나 클램셀 형상의 보닛으로 스타일 감각을 더하기도 한다. 휠 아치를 사다리꼴 형태로 디자인하고, 투톤 루프나 C 필러 도어 캐치 등 섬세한 디자인 요소들이 엿보인다. 특히 비대칭 형상의 휠 디자인도 참신하다. 캐릭터 라인은 휠 하우스를 강조하는 양각의 면이 자리 잡고 있으며, 테일램프 역시도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으로 장식된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지향하는 SUV다 보니 스타일링 자체는 무난함을 지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서 공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EV9의 패밀리룩 요소가 확실하게 담겨있다. 차이점이라면 EV3는 보다 날렵한 선과 면을 두루 활용하여, 스포티함 내지는 컴팩트함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는 크기 대비 사진으로 접하는 차량의 이미지가 더 아담해 보인다. 특히 오버행이 짧고 전폭이 긴 비율인데, 휠 하우스까지 과장되어 있으니 차량 크기는 더욱 작아 보이는 법이다. 그런 컴팩트함이 소형 SUV라는 EV3의 장르에는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다.

선반형 대시보드를 채택한 인테리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공조장치를 포함하는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했다. 엠비언트 라이트와 패브릭 소재를 적절히 혼합하여 고급감을 확보하기도 한다. 주요 기능 몇 가지만 센터패시아 버튼으로 배치했으며, 센터 콘솔은 넓은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 암 레스트는 길이 조절이 가능하며, 센터 콘솔 하단부에는 수납공간과 컵홀더가 배치된다. 스티어링은 D 컷 형태의 2스포크 타입으로 칼럼식 기어노브가 포함된다. 시트 냉온 기능 버튼은 도어 캐치에 통합되었다.

뒷좌석 공간이다. 전기차인 만큼 레그룸 확보가 쉽다. 그리고 레그룸 보다도 시트폭과 헤드룸이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당연 등받이 각도도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다. 편의 기능으로는 2열 에어벤트와 시트 열선, 암레스트 컵홀더, 실내 V2L 정도가 마련되었다. 센터 콘솔 아래의 수납공간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가 적용되어 있고, 매트 아래에도 잘 마감된 잔여 공간이 있었다. 리어 시트는 4:6 폴딩이 가능하며, 전륜 구동이지만 전면 보닛 아래에도 조그마한 트렁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EV3는 전륜 단일 모터로 시판된다. 1단 감속기와 맞물린 150kw급 모터는 충분한 출력으로 판단되며, 애초에 전륜구동은 순간 출력 부하에 대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Long Range 기준 81.3KWh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공차중량은 약 1.8톤에 달한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와 하이드로 부싱, 카울 크로스바 강성 강화를 통해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기아측의 설명이다. 또한 원 페달 드라이브가 가능한 i-페달 3.0이 최초 적용되었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78KM이며, 80%까지의 초급속 충전시간은 31분이라고 한다.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기아의 소형 전기 SUV다. 그럼에도 마냥 원가절감에만 집중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내연기관과 비교하자면, 동급 SUV 대비 고급화된 편의 장비와 마감 소재를 더욱 폭넓게 적용한 바 있다. 원래 기아는 ‘EV’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품질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매스티지’ 성향의 전기차를 기획해 왔다. 아무리 입문형 전기차라 할지라도 그런 신념을 놓아주지는 않는 모습이다. 사실적으로 기아가 오직 ‘가격’에만 접근하는 출혈 경쟁에 참전하다보면 비교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으로 보아 EV3는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합리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


기아 EV3 디자인 칼럼 , 고유의 절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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