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겨울입니다.
침낭을 펼치고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가 했는데, 어느샌가 목이 쎄~한 느낌이 들어 깼습니다. 새우잠을 자다보니 불편해서 조금씩 다리를 펴고 콩나물 자라듯 몸을 펼치며 올라가게 되었고, 2열 레그룸 공간때문에 목과 어깨부분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데다가 아무래도 전열기를 다 꺼서 그런지 한기가 느꼈습니다.
아직 밖은 컴컴하고 잠이 덜 깼습니다. 다시 히터를 켜고, 전열담요도 켜고 몸을 녹이면서 잠이 들다가 히터소음에 또 깨기를 몇차례 하고 있다보니 어느덧 밖이 점점 환하게 밝아옵니다.
아쉽게도 창 밖을 보니 바다는 똑같지만 구름이 껴서 흐릿하기만 합니다. 멀리 밤새 오징어잡이 하던 배들의 불빛이 새볔의 샛별처럼 간격을 두고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습니다.
동해바다의 동이 터오르고 있지만, 발갛게 끓어오르는 듯한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씨가 아니네요. 떠오르는 멋진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으나 낮게 깔린 구름에 볼 수가 없기에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냥 잠을 더 청해버렸습니다.
다음 차박을 할 때는 2열의 레그룸 공간을 채울 것을 확실히 해야 편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열 양 시트 사이에 머리를 고정한다 생각했는데 꼭 잡힌 듯 불편하여 보조석을 앞으로 당겼습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몇 번이나 저 공간으로 머리가 빠졌는지 모릅니다.
또 해변이고 밖이 어두울 것이라 생각하여 창을 가릴 것을 미처 생각 못하고 온 것도 불찰입니다. 가지고 있던 신문지로 가린다고 대충 가렸더니 아침에 찍은 차 안의 모습은 덕지덕지 노숙자 분위기입니다. 사생활보호도 해야하고 옷이라도 갈아입으려면 암막커튼과 같은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얼마나 전기를 소모했을까?
확인하기 위해 어제 충전했던 곳으로 갔습니다. 충전소에서 차박위치까지 왕복 2Km를 주행하면서 소모한 전력량을 빼고는 모두 차박하면서 사용한 전력입니다. 81%였던 배터리 잔량이 67%로 떨어져서, 사용량은 대략 14% 가량 됩니다. 단순히 사용전력량을 계산하면, 공식적으로 니로EV의 배터리용량은 64kWh니까 51.84kWh용량에서 42.88kWh용량으로 약 8.96kWh를 소모했습니다.
니로EV에 충전기를 꼽았는데, 충전전력속도가 23kW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제동일한 충전기에서 배터리용량 19% 남았을 때 39kW의 충전전력속도로 충전되는 걸로 나왔었는데 배터리 용량이 67% 남았다고 천천히 들어가는가봅니다.
충전을 걸어두고 인근 공용화장실로 간단히 세면하러 다녀와서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정리를 끝내고 나서 보니 충전전력속도는 더 떨어져서 23kW에서 17kW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배터리충전량이 87%로 80%를 넘었기 때문에 속도가 더 떨어져버린 겁니다.
집까지의 거리가 240Km가량인데 현재 주행가능거리가 338Km이기에 일부러 100% 충전되길 기다리는 건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물론 주행가능거리가 100Km라도 휴게소에서 충전하는 것이 훨씬 낫고, 지금은 중간에 충전없이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또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니 그냥 가야죠.
동해 바다는 여전히 깨끗하고 보기에도 시원시원합니다. 겨울바다라 운치도 있습니다. 비록 이번 차박에서 원하는 장관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 차박 때에는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돌아왔습니다.
전기차사용자모임회원의 니로EV차박 경험담
여기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모든 이가 저처럼 니로EV 차박이 불편했던 건 아닙니다. ‘전기차사용자모임’ 회원 중 한 분은 초등학교 다니는 딸 둘과 함께 차박을 했지만 가능했다는 글도 올렸습니다.
전기차사용자모임 회원의 니로EV차박 후 일출 촬영
또한 두 딸들에게 정말 멋진 추억이 될 수 있는 일출 사진도 찍고 오셨습니다. 제가 덕이 부족해서 멋진 사진은 못찍은 듯 합니다만, 좀더 덕을 쌓는다면!! 저런 멋진 일출 사진도 찍을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다음은 좀 더 준비해서 편안하면서도 즐거울 전기차 차박을 꿈꿔봅니다.
이원재
미소선비TM
자연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하는 농촌 체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