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업계가
한국 기업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독일,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중국 3위 배터리 업체인 궈쉬안의 지분 26.5%를 11억 유로(약 1조3500억 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예정대로 지분 투자를 진행하면 궈쉬안의 최대 주주가 된다.
미래차 시장인 전기차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폭스바겐과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원했던 궈쉬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의 뼈대와 주요 부품 등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 ‘MEB 플랫폼’을 개발했고 이를 적용한 완성차 양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 못해 다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점을 우려하다가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이다. 궈쉬안 역시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1.2%로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은 중국 배터리 업체 패러시스(Farasis)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다임러는 패러시스의 중국 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최대 4억8000만 달러 투자를 준비 중이다. 패러시스는 2018년 다임러와 140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독일 현지에 생산 공장도 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 기업이 독일 대형 완성차 업체의 자본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된 만큼 한국 업계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위는 LG화학, 4위는 삼성SDI, 7위는 SK이노베이션이다.
中 CATL은 테슬라와 밀월 강화
국내업계 “상당한 위협 될듯”
세계 최상위권 배터리 업체로 떠오른 중국 CATL은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 밀월관계를 강화하면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배터리 수명(총 주행거리)이 100만 마일(약 160만 km)로 기존보다 10배 긴 제품을 CATL과 개발해 연말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테슬라의 주력 판매 차종인 ‘모델3’의 중국 제품에도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인 테슬라에는 LG화학 등 국내 기업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CATL과의 협업이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 배터리 스타트업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에스볼트(SVOLT)는 코발트를 넣지 않아도 1회 충전에 최대 88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2021년부터 양산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코발트는 배터리의 원자재 중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데다 세계 매장량이 빠르게 줄어들어 2026년이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에선 코발트의 투입 비중을 줄이면서 주행 거리와 출력을 높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개선된 제품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발표한다는 것에 놀랐다”며 “중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한국 기업을 ‘샌드위치’ 형태로 압박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