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EV 화재와
리콜 문제 짚어보기
오늘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의 화재와 리콜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전기차로 꼽히는 코나EV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13건의 화재로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올해 추석 연휴 막바지인 지난 4일 새벽에 대구에서도 한 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더 커진 가운데 지난 8일 현대차가 리콜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지목했는데요. 정작 배터리 셀을 제조한 LG화학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 속에 리콜은 16일부터 진행이 됩니다.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이 많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지를 7가지 문답으로 알기 쉽게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대차는 이번 코나EV 화재 사태를 리콜을 통해 확실하게 정리해야만 앞으로 차질 없는 전기차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나EV는 어떤 차?
코나EV는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입니다. ‘코나’라는 모델 자체도 현대차가 SUV의 라인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델로 꼽히는데요. 이 코나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로 설계돼 2018년 출시된 코나EV도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코나EV는 LG화학이 납품한 배터리 셀을 이용해 1회 충전 406㎞의 최대 주행거리로 국내·외에서 호평 받아 왔고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외에서 10만 대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이 중 해외 판매량이 7만 대를 넘는데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1위는 테슬라 모델3, 2위는 르노 조에)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코나EV에 무슨 문제가?
이런 코나EV는 현재까지 13건의 화재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2건, 국내에서 11건인데요.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전기차 브랜드에서도 화재 사고 자체는 여러 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코나EV에 화재가 집중되면서 점차 우려가 커져 왔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비슷한 차급의 니로EV, 쏘울EV에서는 화재가 없는데 왜 코나EV만 연이어 불이 나느냐는 것입니다. 주행 중이든 충전 중이든 충전 후이든, 불이 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결함일 수 밖에 없습니다. 탑승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차량 그리고 주변의 차량과 시설물들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코나EV 화재로 탑승객이 죽거나 크게 다친 사례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 원인은 찾았나?
현대차는 지난 8일에 기술상·제작상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리콜을 결정했는데요. 그러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원인을 알아야 리콜을 하든 수리를 하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정확한 원인을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대차 관계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솔루션을 일부 찾았다”며 리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겠습니다만, 솔루션을 일부 찾았으니 리콜하겠다라는 것은 분명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사실 이번 리콜 발표 이전까지 알려진 관계 당국의 조사·감식 결과도 ‘배터리에서 불이 나긴 했는데 배터리 어떤 부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불이 난 것인지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수준이었습니다.
배터리 셀 납품한 LG화학의 입장은?
지난 8일 리콜 결정이 나왔지만 화재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현대차보다는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내놓는 모양새로 진행이 됐는데요. 이날 국토부가 밝힌 내용을 정확하게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OS EV)는 차량 중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되어 10월 16일부터 시정 조치(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점검 후 배터리 교체)에 들어간다.” 그리고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됐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결함조사 과정에서 검토한 다양한 원인 중에서 유력하게 추정한 화재 원인을 시정하기 위해 제작사에서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좀 줄여보자면 “배터리 셀 제조 불량 때문에 불이 날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한다”가 되겠습니다. 복잡한 배터리 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배터리 셀은 LG화학이 만듭니다. 이날 국토부 발표를 보면서 “저 발표가 배터리 셀을 만드는 LG화학과도 조율이 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LG화학이 자신들이 제조한 배터리 셀의 결함을 인정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LG화학은 품질과 생산량 양쪽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업입니다.
우선, 독일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납품받는 기업들이 “사실이냐? 우리에게 납품하는 건 문제 없냐?”고 물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미 제조·판매한 제품에서 결함이 확인됐고 리콜을 진행한다면 앞으로 보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업 가치에도 영향이 큰 사안이니 주주들에게도 큰 이슈입니다. 결국 LG화학은 이날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LG화학 측은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향후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도 현대차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G화학의 반박은 무슨 의미?
LG화학의 정면 반박은 뜯어볼 만한 점이 꽤 있는 설명입니다. 그동안 함구하고 있었지만 10만 대가 넘게 팔린 모델인 코나EV에서 불이 났으니 두 회사 모두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회사는 그동안 많은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결함 원인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것이 ‘재연 실험’입니다. 같은 조건이 주어졌을 때 그런 결함이 또 나와야 원인이라고 지목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LG화학의 설명은 배터리 셀 결함을 전제로 두 회사가 재연 실험을 해 봤음에도 화재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가능성에 대한 재연 실험 역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리고 향후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도 현대차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은 “우리는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조사 하자”는 말이겠습니다.
기업이 정부의 공식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인데 LG화학으로서는 그만큼 심각하고 절박한 사안이라는 뜻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화재는 정말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배터리 제조의 가장 기본인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불이 났을 때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조사하는 일조차 쉽지가 않더라는 것인데요.
코나EV의 배터리 시스템은 LG화학이 배터리 셀을 만들어 LG화학과 현대모비스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에 공급하면 여기서 배터리팩을 생산하고, 이후 현대모비스에서 이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이런 배터리 시스템이 차량에 장착된 이후 수개월 혹은 그 이상 주행하다가 발생한 다양한 양상의 화재가 도대체 어디가 문제가 돼 발생한 것이냐… 이걸 규명하는 것이 말 그대로 지난한 과제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전기차 화재는 차량이 전소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코나EV 화재의 원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수 있는 곳은 LG화학으로 보입니다. 배터리의 화재이니 배터리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많은 것을 알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비교적 명확한 원인을 찾았을 수도 있고 유력한 가능성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설혹 이런 두 가지를 파악했더라도 LG화학이 나서서 원인을 내놓는 것도 쉽지는 않은 시나리오로 보이긴 합니다.
명확한 원인 못 찾았는데 왜 리콜?
사실 국토부도 자신들의 발표에서 “배터리 셀 제조 불량 때문에 불이 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가능성’이라고 했으니 해석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국토부 발표도 뉘앙스를 좀 해석해야 할 상황인데 당사자 중 한 곳인 LG화학은 반발하고 있고… 큰 틀에서 보면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 같은데 현대차는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리콜이 진행되면 그 이후의 책임은 분명 현대차에 있는데 현대차는 왜 리콜을 진행하게 됐을까요. 이번 리콜 결정이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 속에 나왔다는 점도 살펴볼 만은 하겠습니다.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니 시급히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이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기차 화재 때문에 심각한 수위로 질타 받는 모습이 여러 차례 펼쳐지면 현대차로서는 국내·외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하는 입장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리콜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확신을 하고 리콜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에서 내놓은 발표는 어차피 빠져나갈 구멍도 있고 문제가 발생해 자신들이 책임을 진다고 해본들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문제 가능성을 감안해서 리콜하도록 했고 모두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판이합니다.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설혹 코를 꿰어서 하는 행동일지라도 책임은 오롯이 본인들의 몫입니다. 리콜 자체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작업일뿐더러 리콜 이후에는 해당 결함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기업의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서 현대차의 리콜이 모험이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현대차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업데이트와 그 이후의 배터리 점검 및 교체까지를 리콜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도 나오는 듯 하지만 리콜을 위해서 입고된 차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점검하면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옵션도 현대차는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화재가 어떤 차량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현대차입니다. 설혹 ‘100%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를 대상으로 어떤 수준의 조치를 하면 불이 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해법은 찾았기에 리콜을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전한 원인 규명에 성공했다면 ‘핀 포인트 리콜’이 가능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리콜을 못할 이유는 없는 셈입니다.
더 예방적이고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리콜을 제대로 진행해서 화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수 있겠습니다. 연이은 화재에도 함구하고 있었던 현대차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내·외에서 10만 대가 넘는 코나EV가 도로 위를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맥락을 떠나서 가급적 빨리 해결하기 위한 액션을 취해야 했던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코나EV, 현대차에 ‘전화위복’될 수 있을까?
16일부터 진행되는 리콜 이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많은 목소리가 나올 듯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는 코나EV에서 불이 나지 않을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배터리 셀의 문제냐, 배터리 셀을 묶은 배터리 팩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냐, 배터리 전체를 관리하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설계상의 문제냐, 부실한 배터리 보호 설계로 인한 배터리 손상으로 인한 문제냐…
수많은 의문들이 제기된 가운데 코나EV는 일부 모델의 리콜을 진행합니다. 설혹 LG화학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은 현대차의 코나EV를 산 것이니 화재의 책임은 현대차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나는 2017년 출시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소개했던 중요한 모델이었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빠르게 SUV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현대차에게 중요한 모델이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모델입니다.
그리고 그 코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알려왔던 코나EV가 뜻하지 않은 위기에 빠진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를 반드시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과거 ‘갤럭시 노트7’ 사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에서 본 것처럼 높은 에너지 밀도의 리튬이온전지에서는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용량의 배터리를 ESS와 달리 고속으로 달리다 급정거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자동차에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황은 상당히 가혹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고객들은 내연기관차를 타든 전기차를 타든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 뿐입니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시대. 안전한 차를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들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는 점을 현대차가 뼈저리게 깨닫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