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형 자동차의 대명사 ‘아반떼’ 페이스리프트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현대자동차의 C세그먼트 세단, 시승차량의 등급은 인스퍼레이션으로 옵션까지 ‘풀 패키지’ 사양이다. 오래전부터 아반떼는 출중한 기본기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현시점에서는 국산 준중형 세단으로 사실상 유일무이한 선택지가 되었다. 특히 기아 K3의 후속작 K4의 국내 출시 예정이 없다. 이전 K3도 재고 물량을 소진하면 단종 절차를 맞이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리고 이번 시승기의 대상 ‘하이브리드’ 엔진은 신규 플랫폼을 채택한 아반떼 CN7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3사, 심지어는 기아까지 준중형 세단을 홀대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준중형 세단은 대중형 자동차의 표준과도 같았다. 특히 현대자동차에게 있어서, 아반떼는 글로벌 통산 판매량 1000만 대를 기록한 월드 베스트셀링카에 가깝다. 이면적이다. 원인은 크로스오버의 판매량 급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른바 승용차 기술 기반의 소형 SUV, 르노 아르카나나 쉐보레 트랙스, 기아 셀토스, KGM의 티볼리 등 준중형 세단의 대체제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판매 마진도 SUV가 더 좋다고 하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굳이 비용 투자를 통해 C세그먼트 세단을 생산해야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자동차가 독과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타 브랜드들이 준중형 세단을 단산하고 홀대할 때, 현대자동차는 7세대 아반떼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연식변경까지 진행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스타일링을 다듬고, 리어 사이드 에어백과 서라운드 뷰 등 실내 옵션구성 일부를 변경했다. 문제는 가장 진보된 준중형 세단인만큼 가격도 가장 많이 올랐대는 점이다. 공시 가격으로만 보면 취득세 포함 3414만원이 찍힌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17인치 휠과 선루프, 빌트인 캠 등의 옵션이 추가되어 있는 진정한 ‘풀옵션’ 기준이긴 하다.

대중형 세단의 출고가가 3400만원을 넘어선다. 물론 하이브리드는 장거리 주행이 많은 운전자일수록 유류비 절감 효과가 확대된다. 절세 혜택과 각종 공영 시설 할인까지 된다. 그래도 국산 준중형 세단이 3400만원을 넘어선다는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었다 한들 10년전 쏘나타의 풀옵션 가격과 엇비슷해졌다. 보통 독과점 시장은 지배자가 시세를 지정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파생된다. 즉, 준중형 세단의 가격대가 현대차의 의도대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수출 시장과의 가격 격차를 너무 크게하진 못할 것이다.

차량의 가격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의 판단이다. 시사점은 뚜렷한 대체제가 없다는 점, 현시점에서 보아도 페이스리프트로 다듬어진 아반떼의 디자인은 꽤나 매력적이다. 기존 CN7은 차세대 플랫폼을 채택하면서 비율적인 부분이 개선되었고, 특히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패스트백 타입 C필러의 역동성이 인상적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최대한 낮고 넓은 인상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북미시장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낮게 자리 잡은 전면 디자인은 측면 프로필도 개선해 준다.

입체적인 ‘파라메트릭 쥬얼’ 캐릭터라인은 날렵한 스탠스를 연출한다. C필러의 에어로 핀 가니시나 테일램프의 굴곡을 보면 디테일도 수준급이다. 후면 디자인은 ‘H’형상의 LED 램프가 구현되어 있다. 정교한 직선으로 마감되는 모서리 라인이 눈에 띈다. 범퍼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가니시 면적을 강조하며,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했다. 아반떼 풀옵션 사양에는 17인치 휠, 그리고 프로젝션 타입의 LED헤드램프는 물론 턴시그널까지 적용된다. 리어 턴시그널은 벌브 타입이지만, H 형태의 LED 그래픽만 보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이브리드라고 하여 특별히 디자인적인 차별을 가하지는 않았다.

실내 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로 크게 달라진 바 없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각 10.25인치 크기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가지런히 정렬된 버튼들,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흐른다.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미래지향적이다. 정교하게 꾸며낸 에어벤트에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내장되어 있어 고급감이 상향된다. 이 엠비언트 무드램프는 모던 트림부터 적용되며, 기어노브에도 가죽이 감싸진다. 시트 포지션도 제법 낮고 편안하다.

C세그먼트 세단에도 메모리 시트가 채택된다는 점은 새삼 놀랍다. 아반떼의 가격이 10년 전 쏘나타 풀옵션과 맞먹는다고 했지만, 실제 옵션 사양은 그 이상이다.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스마트 키나 센터 모니터는 인스퍼레이션 이하의 옵션에도 적용된다. 차선 변경 시 후측방을 비춰주는 BVM이나 서라운드 뷰, 10년전 당시에는 채택 자체가 불가한 고사양 옵션이었다. CCNC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2열 거주성이나 트렁크 공간이 구형 쏘나타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도 아니다.

현행 아반떼의 전장은 4세대 쏘나타와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차세대 플랫폼의 채택으로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그만큼 평탄한 레그룸은 확장된다. 2열에는 에어벤트와 열선시트, 암레스트 등 기본 장비도 마련되었다. 루프라인이 낮다 보니 헤드룸이 다소 비좁을 수는 있다. 그리고 전동트렁크가 채택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직 아쉽다. 또한, 디자인이 아무리 멋스러워지더라도 본질적인 소재의 차이는 이겨낼 수 없다. 시트나 인테리어 마감에 알루미늄, 가죽 소재가 일부 적용되기는 해도 상급 차량의 CMF 적인 고급감을 넘어서기란 한계가 있다.

아반떼 스탠다드 모델에 도입되는 1.6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 그리고 토션 빔으로 세팅한 하체는 상급 모델들과의 명백한 ‘체급’ 차이이다. 높은 가격대로 옵션과 크기는 어느 정도 견줄만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엔진 출력까지는 체급의 한계가 분명하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6 L급 카파엔진과 32Kw급 전동 모터가 탑재된다. 구동계만 다르지 않다. 후륜 현가에 토션빔이 아닌 ‘멀티링크’가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대용량 배터리가 2열 시트 하단부에 배치되다 보니 섀시 밸런스 조율을 위해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이가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한 가지가 된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짧은 편이지만, 예상보다 충격 흡수에 능통했다. 깊은 요철이나 방지턱에서는 약간의 충격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주의만 한다면 무난하게 지나간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편안하다고 하여 주행감이 불안하지도 않았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이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탑재와 멀티링크 섀시도 영향은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롤이 억제되는 만큼 고속에서나 빗길에서도 안정감이 크게 희석되지 않았다. 비교시승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멀티링크에 대한 투자 가치는 있어보인다.

전반적인 정숙성도 나쁘지 않으며, 특히 풍절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대신 엔진 RPM이 상승하면 소음이 크게 유입된다. 이 때 경우에 따라 모터로만 구동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정숙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도심에서도 높은 연비가 발휘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합산 출력은 140마력, 토크는 15Kg.m 수준이라고 하며 일반 아반떼에 비해 응답성이 개선되었다. 급가속 시 엔진이 개입했다 빠지는 감각이 진동과 소음을 통해 전해질 수는 있다. 이전에는 이 엔진 개입의 불쾌함이 심한 편이었다고 하는데, 딱히 급가속을 의도한 상황이 아니라면 꽤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발전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21.1KM/L로 인증을 받았다. 워낙 무게가 가볍고 공기저항도 덜게 받는 세단이다 보니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SUV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진정 효율성을 원한다면 아반떼 하이브리드만 한 차가 없다. 전반적인 승차감도 적당히 편안하고 안정적이었으며, 엔진 개입 시 충격이 완화되었다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음악이나 오디오를 듣고 있는 경우라면 시종일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주행감이 느껴질 것이다. 아반떼 자연흡기 대비, 가격 상승 요인을 충분히 보완해 주는 차이였다.

ADAS 장비의 도움도 인상적이다. 정차를 포함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후측방 등 각종 보조 장비들이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해 준다. 스티어링 휠에는 진동 경고 시스템까지 내장되어 있다. 꾸준히 확대되어온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깔끔하고 전동된 UI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며, 차선을 변경할 경우에는 사이드미러의 카메라가 후측방을 비춰주었다. 평행 주차나 골목길 같은 주행이 어려운 길에서도 걱정이 없다. 서라운드 뷰 기능을 활용한다면 주변의 지형지물과 차체의 크기를 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전 중형 세단과의 승차감을 비교한다면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편을 들어주고는 싶다. 보다 기민한 반응을 보이고, 핸들링 감각도 즐겁다. ADAS도 풍부하다. 하지만 체급으로 인한 안정감 내지는 편안함을 따져본다면 구식의 중형 세단이라도 우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또 아반떼의 하이브리드 세팅은 정말 ‘연비’를 위한 목적인지 가속감이 뛰어나진 않다. 배기량과 출력부터 체급을 달리하는 중형 세단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억측이긴 했다. 성능은 당연히 중형 세단이 우세할지언정 현시점에서는 가격대가 훨씬 높고, 총 소유비용을 따지면 더욱 그렇다.

이번 아반떼 CN7의 디자인은 오래 보아도 인위적인 ‘차별’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령 호라이즌 LED 램프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이 원가절감일 수 있겠지만, 디자인 자체만 보면 완벽하다. 준중형 세단은 중형 세단에 비해 가볍다. 그런 가벼운 느낌을 ‘스포티함’에 초점을 두며 최선을 다한 디자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뮬론 디자인 역시 취향의 차이일 것이다. 그래도 세대 변경을 거듭하여 더욱 완성도가 뛰어난 자동차가 되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변적으로는 웬만한 중형 세단보다도 균형미가 나아보인다.

결과적으로 아반떼는 C세그먼트의 본질에 맞게 성장했다. 그만큼 가격이 오르고 3400만원이라는 최고가에 도달했지만, 실제 성능과 완성도는 그 이상으로 발전했다는 결론이다. 물가 상승보다는 기술의 발전이 더욱 빨랐다. 대한민국 준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차 그룹이 독점하고, 기술 개발이 도태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무대는 글로벌 시장인 듯 하다. 결국 국내 자동차 3사가 준중형 세단을 포기한 것도, 관점을 달리하면 현대차의 품질 경영에 밀려난 셈이다. 이번 시승기의 주제였던 3400만원의 아반떼 ‘풀 옵션’은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결코 허황된 가치는 아니었다.

글/사진: 유현태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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