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기 전에 빨리 계약하세요!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12일(현지 시간) 미 딜러사에 “곧 전기자 소비자지원금이 끊길 테니 대기고객에게 계약을 독려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날 북미 생산 전기자동차에만 소비자지원금이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이 미 하원에서 가결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북미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자동차는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서명한 즉시 세액공제 혜택을 잃게 된다”며 “기아차, 아우디, 포르쉐 등 미국 외에서 생산중인 자동차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아우디 지원금 곧 끊겨

미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수준의 40%까지 감축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자동차 산업 등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자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을 담은 만큼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법안에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전기자동차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치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980만 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와 배터리 모두 북미 지역에서 생산돼야 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에 배터리 원료부터 제조, 더 나아가 완성 전기자동차까지 미국이나 미국 동맹국에서 제조해야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한 1차 조건은 전기자동차가 북미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점이다.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 조건은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된다. 당장 미국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현대차, 기아차, 포르쉐 등은 곧 지원금이 끊기는 것이다. 아우디 측은 “(미국 생산 중인)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외에 나머지 전기차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은 미국 사업과 고객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르쉐 측도 “대통령 서명 직후 타이칸과 PHEV 모델인 카이엔, 파나메라 등의 지원금이 끊긴다”고 전했다. 서명 직전까지 서면 계약된 구매에 대해선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계약 프로모션을 걸고 최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북미산 자동차에만 지원금 혜택을 주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다.

 

 

中 배터리 차는 지원금 완전 배제

내년 1월부터 전기 차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넘어선 전기차 업체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이미 누적 판매량이 많은 업체들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대신 세단 5만 달러, SUV 8만 달러가 넘어가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크리스 하토 미국 컨슈머리포트 교통에너지 연구원은 “당장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 중산층 소비자에 맞는 합리적 전기차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와 더불어 미래 전략 산업으로 규정한 배터리 제조 관련 복잡한 조건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라 자동차 업체들도 ”어느 모델이 지원 대상이 될지 우리도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우선 최대 지원금의 절반(3750달러)을 받으려면 내년부터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40%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된 것이어야 한다. 매년 10% 씩 늘려 2027년 까지 총 80%로 늘려야 한다. 나머지 3750달러는 배터리 부품의 50%를 북미에서 제조되거나 조립돼야 받을 수 있다. 2029년에는 100% 북미에서 만들어야 한다.

2024년부터는 중국산 배제라는 조항이 효력이 생긴다. 중국, 러시아 등 우려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 탑재 자동차는 2024년부터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2025년부터는 리튬 흑연 등 핵심 원료가 중국산이면 안 된다. 이에 따라 2년 반 내에 중국산 원료를 배제하고 미국에서 조립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에 대항해 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중국산 원료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난제도 안게 됐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중국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배터리 원료 수입 의존도는 주요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81%에 달한다. 산화코발트와 황산망간은 각각 87.3%, 100%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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