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그리고 순수 전기자동차인 코나 일렉트릭이다. 2018년, 1세대 코나 EV가 출시된 지 5년 만의 세대교체였다. 최근 5년 사이 자동차 산업의 시대상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질산화물을 배출하는 디젤엔진의 판매량은 꾸준히 위축되어 온 반면,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 점유율이 급수적으로 증가해 왔다. 시장 경제에서 현금의 흐름은 잠재 시장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고, 하이브리드로 실질적 탄소중립을 외치던 일본도 전기차 개발에 열중하는 시기다. 규모 경제의 자극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촉진한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비중 10%가 순수전기차였다고 한다. 그중 절반 이상의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었고, 대한민국은 신차 판매량의 2%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판매량은 그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판매 점유율의 대부분은 전기차 전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대목이다. 전기차 이야기로 도배되는 매스컴의 환경에 빗대어 보면, 생각보다 순수 전기차의 판매량이 높지는 않다. 각 지자체마다 전기차에 매기는 가치가 다르기도 하고 수요와 공급 사이 쇼티지가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코나 일렉트릭이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높은 누적 판매량을 달성한 소형 SUV이기 때문이다. 곧 누적 판매량 30만대를 앞두고 있다. 보통 베스트셀러의 변화라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헌데 코나 SX2e의 공개는 앞선 아이오닉6나 5에 비해 큰 이슈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 당연하다. 현대차가 개발한 혁신기술들의 대부분은 아이오닉 시리즈로 세계시장에 선보였고, 전용 플랫폼을 앞세우는 EV 시장에 파생형 전기차의 시스템적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렵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를 중단했던 국내 시장에서는 긴 공백기가 존재하기도 했다.

그래도 파생형 전기자동차는 개발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인 수단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식 출고가로는 5천만 원을 호가하는 전기차에 수백만 원의 비용 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보조금을 수혜 받는 실구매가를 고려하면 작은 가격차이라도 큰 경쟁력이 되어줄 수 있다.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가 택하는 전략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매스 브랜드들은 저용량 배터리 탑재를 통한 원가절감 및 생산성 증대를 추구하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에너지밀도와 원가에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대용량 배터리와 항속거리 개선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코나는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끈 내연기관 CUV인 만큼 양산 자체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아직은 불완전한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기도 유리하겠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위축된다고 해서 대비책이 사라진 게 아니다. 더구나 코나 SX2는 ‘일렉트릭’ 모델을 먼저 디자인하고 내연기관 모델의 익스테리어를 파생시켰다고 한다. 보통 내연기관의 디자인 안을 선정하고 전기차로 컨버전하는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현대차가 치밀했다. 억지스러운 디자인의 전기차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1세대 코나부터 보여온 ‘아머’ 디자인 컨셉트는 그만의 헤리티지로 남아있다. 차체를 감싸는 듬직한 스키드 플레이트가 소형 SUV의 산뜻함을 강조하고, 컴포지트 스타일 헤드램프로 디자인의 균형과 사용성을 개선한 바 있다. 풀체인지를 통해 자리 잡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파라메트릭 픽셀 그래픽은 마치 미래에서 온듯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특히 보닛 길이와 휠베이스가 눈에 띄게 길어지며 비율 감각이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C필러를 가로지르는 크롬 몰딩은 소형 크로스오버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5년 사이 느낀 점으로 전기 시스템의 발전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물론 세단을 중심으로 항속거리 600Km의 벽을 허물고 있지만, 양산형 전기차의 경우 합리적 가격대와 항속거리 모두를 탐내하는 건 욕심이다. 코나 SX2는 0.27Cd의 우수한 항력계수를 지녔고, 인버터, 컨버터, 모터 감속기를 통합한 ICCU 유닛과 배터리 컨디셔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1세대와 비슷한 64.8KWH의 전력 용량을 지니니 롱 레인지 모델의 항속거리는 최대 417Km 수준, 위 차량과 같은 17인치 휠을 택하면 368KM에 불과하다.

물론 단순 비교에는 착오가 있다. 코나 1세대와 2세대는 전장 기준으로 차체 크기가 17cm 가량 늘어났다. 거의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차이다. 어차피 심리적 저항선이 존재하는 한 차세대 코나는 실질적인 실용성을 추구했다. 이전 세대는 공간적 측면에 대한 비평이 많았고, 현실적으로 EV에 대한 선택지가 좁았기 때문에 코나 EV가 선택받은 확률이 높기도 했다. 전용플랫폼 전기차가 공간성을 앞세우는 와중에, 답답한 실내 크기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코나 SX2 설계에 있어 배터리 팩 하우징이나 의장 설계 부분에 크게 신경 쓴 티가 난다.

LCD 와이드 스크린을 적용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하이테크 감각을 더해준다. 오직 전기차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인포테인먼트 체계는 OTA를 통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의 수납공간을 보면 공간 활용성에도 크게 신경 썼고, HUD, 메모리 시트및 릴렉션 컴포트 시트 등 동 체급에서는 편의 사양도 훌륭한 편이다. 고속도로 반자율주행 장비인 HDA2와 긴급제동 장비도 구비되어 있다. 소소하지만 크래시 패드에는 무드램프도 내장되어 있고 베이지 컬러의 인테리어 트림도 아기자기한 감성을 더해준다.

위와 같이 1열 공간은 기능적인 옵션이 풍부해졌다. 뒷좌석과 트렁크는 공간 자체에 대한 개선에 집중했다고 앞서 언급했다. 코나는 여전히 소형 SUV로 분류되겠지만 이전 세대와 공간 자체는 정말 비교 불가 수준으로 나아졌다. 전기차의 특성을 살린 평탄한 레그룸과 CUV의 이점인 여유로운 헤드룸, 트렁크 공간은 러기지 스크린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설계하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접근하고자 했다고 한다. 차세대 코나의 경쟁력은 그렇게 시작된다. ICCU 탑재와 함께 220V 단자를 사용할 수 있는 실내 V2L 장비도 보인다.

승차감은 그야말로 보편적인 안정성을 지향하고 있다. 전기차는 통상적으로 중량이 무거운 만큼 댐퍼 세팅을 단단하게 한다. 이번 코나 SX2도 비교적 승차감 세팅이 하드한 편이다. 하지만 불편한 수준도 아니다. 심지어 물렁하다고 표현하는 매체도 있다. 롤링은 최대한 억제되어 있지만 높은 요철이나 방지턱을 지날 때엔 충격을 흡수하고자 하는 기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코너링에서는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고, 그마저도 소형 SUV라 그런지 운전자의 의도대로 민첩한 주행성을 나타낸다.

모터의 최고 출력은 150kw, 토크는 255NM이다. 단순환산시 209마력, 26.0kg.m 수준의 최대 토크를 의미한다. 수치상으로 동급 전기차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공식 제로백이 8.1초로 가격 대비 재빠른 응답성을 보여준다. 우선 가볍다. 배터리 전기차는 용량에 따른 무게 차이가 크다 보니, 출력보다는 오히려 제로백으로 접근하는 비교가 더욱 직관적이라 생각한다. 내연기관의 경우 변속기의 성능이 제로백에 관여하는 바가 크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 최대 출력이 바로 입력되므로 리니어 한 가속감이 느껴진다.

코나 전기차는 훌륭한 밸런스를 지녔다. 출력이 더 높았다면 오히려 주행성은 불안해졌을 수 있다. 또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무게가 무겁고, 후륜구동 자동차에 비해서는 급가속 시 그립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코나 SX2에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이 추가된다. 스포츠 모드에서 페달을 깊게 밟으면 마치 UFO를 타는 듯한 신비한 사운드가 유입된다. 앞서 언급한 민첩한 주행감 덕분에 운전이 즐거웠다. 항속주행이나 고속주행에서는 동급 이상의 정숙성과 탄탄한 주행감에 반했다. 실제 전비도 6kw/km 대로 높게 찍히는 편이다.

그렇게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원래 작은 기대에서 시작할수록 만족감은 더욱 점층 되는 법이다. 차세대 코나 일렉트릭에서 빠진 기능이라면 800V 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지는 않다. 그래서 350kw 급 충전기를 사용하면 10->80%까지의 빠른 충전시간은 43분이라고 한다. e-pit 충전소가 아직까지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고, 비용과 성능 유지를 위해 완속 충전을 선호하는 소유주가 많은 만큼 큰 단점은 아니라고 본다. 19인치 휠의 경우 300km대의 항속거리는 아쉽지만 17인치 모델이 400km를 넘어선다.

만약 이전 세대 코나의 연쇄 화재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다 나은 성능의 전기차가 되었을지 모른다. 반대로 보면 코나 SX2는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개발된 EV인 만큼 전력체계의 완성도가 확실히 나아졌을 것이다. 애당초 배터리 소재의 변화나 고체형 배터리, 혹은 다른 차원의 용량 소자가 개발되지 않는 한 극적인 발전은 어렵다. 점차 완성차 업체들의 혁신기술 공개 속도도 둔화되고 있고 원자재 수급 및 전기에너지 생산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당장의 전기차 산업은 전력 체계의 발전보다도 라인업 확장에 의의가 있다.

결론적으로 코나 SX2 EV도 여전히 베스트셀링카의 자질이 있어 보인다. 특히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큰 유럽시장에 어울린다. 유니크한 멋을 담은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CUV의 감성을 잘 재현했고, 늘어난 크기와 공간을 보면 충분한 여유와 실속이다. 적정선에서 마무리 지은 실구매가와 편안하고 경쾌한 승차감은 다방면에서 훌륭한 경쟁력을 입증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분별한 라인업 확장에 불만을 품을 이유는 없다. 파생형 전기차와 전용 플랫폼 EV를 꾸준히 양산하는 현대차의 투 트랙 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이전 글자동차 제조사가 AI 반도체까지 만들어야 할까?
다음 글튜닝을 넘어 ‘작품’이 된 BMW 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