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국내 첫 전기차 EQC
메르세데스 벤츠의 국내 첫 배터리 전기차 EQC 가 2019년 말 경 국내에 출시되고 거의 6개월 간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차량을 스펙 시트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궁금증을 안고 세월을 보내던 중 마침내 쏘카를 통해 EQC를 타볼 수 있게 되었다.
부진한 판매고에 렌터카로?
작년엔 보조금을 받지 못하더니 시장에서 부진한 판매고를 버티다 못해 초기에 입항된 물량을 렌터카로 돌린 것이 아닐까 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치하고, 일단 나는 드디어 이 차를 타본다는 생각에 들뜬다.
진심으로 팔리기를 원한 걸까?
벤츠다. 매우 큰 삼각별을 달고 있는 이 차량은 GLC 의 전기차 버젼인 셈인데, 단순히 GLC 에 전기 동력계통을 넣었다는 것 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미래차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디자인적 트위치에 대한 회사의 진심은 통상적으로는 ‘이 차량이 잘 팔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에 가깝다.) 평소 벤츠의 다른 모델들과는 상당히 다른 마스크를 갖게 되었다. 길이 4.761mm, 휠베이스 2,873mm 로 외형은 산타페 급. 중형 SUV 의 크기이며 공차중량은 (위키피디아 기준) 2,425kg 으로 상당히 육중하다.
총 414 마력 합산출력의 2개의 모터가 4륜을 구동하며 (100 km/h 가속 5.1초), 80 kWh 의 배터리 팩은 완속 7.4 kW, 급속 110 kW (일찌감치 테이퍼링을 시작한다. 대략 75% SOC 구간에서 75kW 로 받아먹고, 이후 점진적으로 느려지며 100% 까지 급속으로 충전은 가능하다) 으로 충전할 수 있으며, 3.2 km/kWh 의 전비로 309 km 를 갈 수 있다.
겨울엔 ‘설설 기는’ 전기차…벤츠는 주행거리 절반 뚝
news.joins.com
짧은 저온 주행거리와 낮은 전비
작년에 알려졌던 사실인데, 국내 기준으로 주행거리 테스트를 했을때 저온 (영하 7도) 주행가능거리가 171km 에 불과하여 (상온 기준으로 55.3%)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다행이 지금은 성능 보완(히터 출력을 감소시킴-히트펌프+PTC히터 구성이므로 PTC히터의 출력을 낮추었을 것이다.)하여 보조금을 받을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e-TRON 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 처럼, 1) 전용 플랫폼이 아니면서 2) SUV라서 중량이 무거운데 3) 이걸 상쇄하려고 배터리를 늘이다보니 4) 더 무거워져서 전비가 떨어져서 결론적으로 주행 가능거리가 짧으며. 전비가 나쁜 현상이 발생한다. 옛날 차들이 50 kW 로 급속을 받아먹으면서 전비가 7-8 씩 나오던 것을 감안하면 테이퍼링이 동반된 피크 110 kW 로 급속을 받아먹어봐야 단위 시간당 주행 가능거리 증가는 별로 개선이 되지 않게 된다.
즉 장거리 여정에서 집밥으로 완충이 된 배터리를 일단 다 쏟아붇고 나면 급속 충전기에 매달려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되는데, 아직까지 최대 50kW 로 들어가는 충전기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 3-4인 가족이 가족 여행을 멀리 다니는 데에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다.
좁게 느껴지는 실내 공간
차량에 탑승하였을 때 우선 느끼게 되는 것은 ‘외형에 비해 아주 넓지는 않다’ 는 점이다. 물론 좁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1억이 넘는 차량 가격과 4.8미터에 달하는 길이. 아우디 e-tron 에 비하여 5 cm 밖에 짧지 않은 2.873 mm 의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것이다. 트렁크의 용량도 e-tron 의 600리터와 비교했을때 500리터로 육안상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좁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후석 공간
E-tron 과 비교했을때 후석은 조금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기아 니로가 휠베이스 2,700 mm 인데, 후석의 레그룸은 EQC가 니로에 비해 별로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EQC의 경우 루드가 길고 캡 포워드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겠다.
프렁크는 없다
아차. 그리고 프렁크가 없다. 내연 기반의 과도기 모델임을 확연히 느끼게 해준다. 충전 케이블을 죄다 트렁크에 정리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전기 SUV 에 기대하는 실내공간 – 즉 바닥 배치 배터리와 모터 덕에 발생하는 여유있는 생활 공간과 차급에 비해 많은 적재 공간 – 을 만족스럽게 살리지는 못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중 브랜드의 컴팩트 차량을 탑승할 떄와는 다른, 탁 트인 시야와 좁지 않은 실내, 프리미엄 브랜드에 기반한 실내의 품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주행 시 느껴지는 심한 피칭?
차를 몰고 나간다. 우리나라에 팔린 적이 있는 배터리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X 와 EQC 를 제외하고 모두 타 보았고, 개인적으로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5년째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전기차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장점은 시승할 때 늘 베이스라인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내연차량을 타다가 전기차를 처음 시승할 때의 우수한 체감이 시승 과정에서 느껴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주행 질감을 박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소 놀랐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시승기를 다행이 찾을 수 있었는데 (“The only main complaint about the driving experience is that the car seems to buck and rock backwards and forward like an older SUV, pitching surprisingly over ripples and bigger bumps.”) 바닥 배치 배터리 차량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칭 현상이 가감속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The Big Test: Mercedes-Benz EQC
2019In-Depth Road Test Review
www.companycartoday.co.uk
자동차를 잘 아는 지인들과 상의하여 보았고 공기압 이상, 또는 에어서스펜션 이상을 의심하였지만. 공기압은 정상이며 완전 신차여서 서스펜션이 고장났을 것을 의심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구형 에쿠스 (각쿠스) 에서 느낄수 있던 피칭을 15년여만에 배터리 바닥 배치 전기차에서 느낄수 있다니. 다른 EQC 차량을 찾아서 시승해보고 해당 쏘카 차량의 문제가 맞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차량의 컨셉을 고려할 때 아주 충분한 수준이다. 가속력은 공도 주행 목적으로는 남아도는 정도이며, 배터리 출력이 높아 아주 튼튼한 회생제동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스펜션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의 종방향 급조작을 완전히 잡아주지는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가격대비 아쉬운 상품성
최종적으로 전비는 에어컨을 충분히 사용한 정체 상황의 시내주행 및 간혹의 급가속을 포함한 코스에서 2.3 km/kWh 로, 공인 전비보다는 다소 못하는 정도이다. 집밥 없이 급속 충전으로 이차를 유지해야 한다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다.
시승을 마치며 전체적으로, 벤츠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우수한 이미지와 1억 이상의 가격표 탓에 가지게 된 초기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상대적인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연 GLC 의 라인업을 볼 떄, 이 차량의 보조금 전 가격이 8,000 만원대였다면, 니로 전기차에서 느끼는 답담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세그먼트 위치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반 단계 정도 차급이 높은 e-tron 과 같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글로벌 환경 규제의 변화로 전동화를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많은 모델에서 PHEV 를 적극 투입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에 대한 노력은 아직까지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운 점들이 있는 만큼 향후의 발전이 기대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