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1호 양산형 순수전기차
‘더 뉴 EQC 400’ 시승해보니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최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벤츠가 전기차 브랜드 ‘EQ’를 통해 내놓은 첫 번째 양산형 순수전기차인 ‘더 뉴 EQC 400 4MATIC’이 주인공이다.
더 뉴 EQC를 지난달 29일 타 봤다. 처음 마주친 인상은 ‘전기차 같지 않네’였다. 전자장비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BMW의 순수전기차 ‘i 시리즈’와 다르게 더 뉴 EQC는 겉으로 보기에는 청색 계열의 번호판과 헤드램프(전조등)의 푸른 줄무늬만 제외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설계돼 길이는 4770mm, 너비는 1980mm, 높이는 1620mm로 현대차의 SUV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다.
내부에 탑승하니 우선 최근 출시된 벤츠 모델에 적용되는 대시보드(계기판)와 내비게이션의 일체형 화면이 눈에 띄었다. 실내 디자인은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운전대와 좌석 가죽의 질감도 부드러웠다.
경기 포천시에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까지 55km 구간을 주행해 봤다. 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한 주행(D) 중립(N) 후진(R) 기어를 좌우 깜빡이를 켜는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발로 가속 페달을 누르자 더 뉴 EQC는 조용하게 운행을 시작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다르게 출발할 때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도 낯설었다. 전기차를 타면 들린다는 모터 구동 소리도 운전석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더 뉴 EQC는 ‘D+’부터 ‘D–’까지 총 4단계로 운전자가 스스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 회생 모드’가 있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D+ 단계로 설정해 놓으면 가속 페달을 계속 밟지 않아도 속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단계를 D–까지 내리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가 줄어든다. 시내 도로나 저속 주행 시 계속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다른 전기차는 대체로 에너지 회생 모드가 2단계로 돼 있는데 4단계까지 마련해서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고 차량이 바로 정지하는 것은 아니고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방식이어서 앞차와의 간격이 좁으면 정지 페달을 밟아야 한다. 회생 제동 기능만 믿고 정지 페달을 밟지 않았다가 앞차와 부딪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더 뉴 EQC는 안정적으로 시속 100km 이상의 속력을 냈다. 속도가 올라가도 차량 내부에서는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지 상태에서 5.1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한다. 자동 속도 조절과 앞차 간격 유지를 돕는 기능 등은 고속 구간 주행 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벤츠의 자체 음성 인식 시스템도 탑재돼 내비게이션 활성화, 차량 충전 설정 등을 목소리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 번 충전으로 더 뉴 EQC는 309km를 달릴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용량은 80kWh로 계열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한다. 급속 충전을 하면 최대 100kW의 출력으로 40분 안에 80%까지 용량을 채울 수 있다. 지난달 22일 공식 출시된 더 뉴 EQC의 가격은 1억500만 원(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