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중고차 대출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고차 대출금 110%로 제한’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물론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언뜻 들으면 ‘이전보다 중고차를 사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지요. 이에 우리는 그 취지와 내용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SK엔카닷컴 중고차론 담당 ‘K 팀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았습니다.

 

Q. 금융감독원의 이번 중고차 대출 규제에 관한 발표 내용은 무엇인가요?

(K 팀장) 먼저 정확한 명칭부터 살펴볼까요? 금융감독원은 ‘여전사의 불건전한 중고차 대출 영업 관행 개선 추진’이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여전사’라는 말은 좀 생소하시죠. 간단히 말해 돈을 빌려주는 캐피탈사를 일컫습니다. 중고차 대출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네 가지로 나뉩니다. 대부분 여전사와 모집인이 지켜야 할 내용들입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중고차 대출한도를 실거래가와 비교해 시세의 110% 이내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전사는 분기마다 1회 이상 중고차 시세 정보를 업데이트해 최신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 각자 구축한 시세 데이터베이스를 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서비스’나 자동차 매매 사업조합 연합회 등이 공개하는 실거래가와 비교해 적정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추가로 고객은 대출금 세부 내역에 중고차 구입비용과 부대비용 등을 대출 약정서에 직접 구분해 작성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상한 넘는 대출 중개수수료를 예방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보통 고객과 중고차 딜러 사이에 대출을 중개하는 모집인(제휴점)이 있습니다. 대출이 성립되면 여전사는 법적 상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데요. 5백만 원 이하는 대출금의 4%, 5백만 원이 넘으면 3%에 20만 원이 추가됩니다. 하지만 모집인과 여전사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간접수수료를 우회로 지급해 왔습니다. 이는 법적 상한을 초과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앞으로는 여전사가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대출 업무 위탁 계약서를 표준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중고차 대출은 여전사가 모집인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체결되었습니다. 때문에 여전사별로 세부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는 9월부터는 중개 업무 위탁 범위, 내용, 수수료 지급 사항, 고객정보 보호 등의 상세히 담긴 ‘표준 업무 위탁 계약서’가 사용돼야 합니다.

네 번째는 고객 확인 및 안내 절차가 개선됩니다.
이는 중고차의 공정한 가격과 정확한 대출 금리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제기되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소비자들이 겪는 고충과 민원의 유형은 별도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대출 고객들에게 해피콜 확인 및 문자메시지로 세부 내역을 확실히 알려야 합니다. 또한 본인 이외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행됩니다.

중고차 대출 주요 민원 사례
• 대출사고 : 대출금이 고객 계좌로 입금되지 않고 매매상으로 입금, 대출금 편취 후 중고차도 주지 않음
• 불완전 판매 : 5% 금리라 설명을 들었으나, 계약 후 여전사로부터 9.9%의 금리를 안내받음
• 과다 대출 : 2천만 원을 대출받아 중고차를 샀으나, 나중에 알아보니 중고차 매매가격은 1천만 원 초반
• 기타 : 모집인이 고객에게 대출 신청 명목으로 대행 수수료 요구.

Q. 대출을 받는 고객이 알아야 할 내용만 요약하자면?

(K 팀장) 내용이 좀 길었죠? 정리하면 오는 9월부터 중고차 구매를 위한 대출은 실제 거래되는 차값의 110%로 제한됩니다. 만약 이를 넘어선 금액을 대출해 주겠다고 하는 모집인이(딜러 포함) 있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죠. 추가로 대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전화나 문자로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기에 잘 지켜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법적 제재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고객 스스로도 상세한 내용을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여신사별 대출 비교공시 시스템

 

Q. 지금까지 과도한 대출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K 팀장)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이 많이 나오면 돈 한 푼 없어도 차를 살 수 있습니다. 차를 살 때는 차값만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취·등록세와 공채, 보험료처럼 반드시 필요한 비용도 있습니다. 이들까지 전부 해결할 수 있는 돈을 빌려주면 당장 현금이 없는 고객들에게는 고마운 일. 그러나 무리한 대출은 비극을 낳게 되죠. 이번 가이드라인도 이런 과다 대출을 막고자 함입니다.

모집인과 일부 딜러도 고객의 대출금이 커지면 이득을 봅니다. 바로 수수료 때문이죠. 여전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전체 대출금(대부 금액)에 비례합니다. 때문에 굳이 고객의 대출금을 낮춰줄 필요까지는 없는 상황이죠.

 

Q. ‘엔카 중고차론’도 지금까지 이런 대출들이 자주 발생했나요?

(K 팀장) 하하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요. 차 값보다 현저하게 많이 대출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죠. 여전사는 반드시 빌려준 돈에 이자를 함께 회수해야 이윤이 남습니다. 때문에 돈을 빌려주기 전까지 고객 정보를 많이 확인합니다. 쉽게 말해 받을 수 있는 돈만 빌려준다는 것. ‘엔카닷컴 중고차론’을 담당하며 지금까지 시세의 110% 넘게 대출되는 경우는 전체 5%도 되지 않습니다. 120%를 넘는 일은 ‘제로’에 가깝죠.

 

Q. 9월 이후, 중고차 실구매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K 팀장) 중고차 구입 예정인 분들이 체감하게 될 변화는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고차 시세를 현저히 초과해 대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다 대출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일은 평범한 고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출에 대한 상세 내용을 이전보다 쉽게 전달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K 팀장) TV나 라디오 대출 광고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와요. ‘과도한 빚은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넘길 수 있지만 명심해야 할 이야기죠. 일단 차를 사려고 마음 먹으면 보이는 게 없어져요. 대출을 받기 전에는 이자와 상환 기간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데 이미 운전대가 아른거리죠.

혹시 중고차를 사는데 보험료, 세금 등을 전부 대출로 해결해야 하나요? 그렇다면 차를 구입하기에 아직은 이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죠. 요즘 SNS를 보면 일부 딜러들이 전액 대출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더군요. ‘뒷일은 고객이 알아서 해라’라는 말처럼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인생에 있어 차에 대한 비중은 누구나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하는 돈에 대한 무게도 정해져 있지 않죠. 하지만 빚은 당장 다음 달부터 갚아야 할 의무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고석연 기자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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