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대다간
노키아처럼 뒤처져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도하는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전기차 투자 및 출시 계획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테슬라가 독주하고 애플, 샤오미 등 정보기술(IT) 회사들까지 전기차 생산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자칫 우물쭈물했다가는 IT의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새롭게 재편 중인 자동차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휘발유나 경유로 운행하는 기존 차량 생산을 중장기적으로 포기하면서까지 전기차 시장에 다걸기(올인)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신차 판매량 대비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2.7%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 28%, 2040년에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M 휘발유차 2035년 생산 중단
미국 GM은 2025년까지 새 전기차 30종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35년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휘발유 및 디젤 엔진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 GM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자금만 2023년까지 270억 달러(약 29조9970억 원)에 달한다.
미국 포드는 2025년까지 290억 달러(약 32조2190억 원)를 투자하고 2030년부터는 유럽에서 전기차만 생산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독일 쾰른 공장을 2023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5년에 세계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20%를 전기차로 팔기로 했다. 올해 전기차를 테슬라보다 많이 파는 게 목표다. 지난해 테슬라는 전기차를 약 50만 대 팔았다. 폭스바겐은 2018년에 이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공개하며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공개하며 올 6월 말 전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출시한다.
글로벌 전기차 1강인 테슬라에 대한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올리버 칩세 BMW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라이프디자인(DLD) 테크 국제 콘퍼런스에서 “테슬라가 현재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자동차 경쟁사들이 도약을 향해 움직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 보조금 지급정책 확대
글로벌 친환경 흐름에 맞춰 세계 각국 정부가 내연기관 규제 및 전기차 진흥 정책을 내놓는 것도 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은 올해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대당 9000유로(약 1216만 원)까지 지급할 방침이다. 중국은 2025년 전기차 보급 비중 목표를 당초 20%에서 25%로 끌어올리며 휘발유 및 디젤차 퇴출 목표도 세웠다.
이상훈 sanghun@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