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다르다!
이거 물건이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보고 한 말이다. 그가 반한 차량은 GM의 ‘허머 EV’. 얼핏 보면 이것이 자동차인지 전차인지 헷갈릴 만큼 디자인부터 남다른 허머 EV를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밀포드프루빙그라운드(테스트 드라이빙 센터)에서 시승했다.

허머 EV는 북미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차다. 주행 성능이나 출력, 전기차 활용도, 내부 공간 효율성에서 다른 차들을 압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허머 EV는 마주하는 순간부터 카리스마를 내 뿜었다. 첫 느낌은 “세 보인다”였다. 전장 5507mm, 전폭 2380mm, 휠베이스 3445mm다. 5m가 넘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길다. 전폭은 다른 차량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넓어서 주차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박스형 느낌의 직선 라인이었다. 각진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강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SF 영화에 딱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가득했다. 보닛을 열자 수납공간(트렁크)이 나왔다. 차체가 높고 배터리를 낮게 깔면서 기존 보닛 부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앉아서 사진 찍어도 좋다”는 GM 관계자의 설명에 살며시 뛰어올라 앉아 봤다. 보닛 트렁크에 앉은 느낌은 신선했다.

 

 

실내는 타자마자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직각 형태의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와의 일체성을 추구하지 않고 독보적으로 멋을 뽐냈다. 에어컨 디자인은 게임 콘솔을 세워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거대했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거친 느낌과 세련됨이 잘 조화됐다는 느낌이었다. 직각 형태의 화면과 버튼이 즐비해 있는 우주선을 보는 듯했다.

 

 

허머 EV에는 레벨3 수준의 슈퍼 크루즈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됐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얼티엄(Ultium)’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출력은 무려 1000마력에 달한다. 대형 트럭이 500마력을 웃도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대형트럭 2대의 힘을 낸다고 볼 수 있다. 주행거리는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329마일(529km)을 갈 수 있다.

배터리 모듈은 24개로 구성됐다. 출력이 어마어마한데, 허머 EV를 차량을 넘어 전기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교외에 오두막을 하나 만들고 전기 설비는 설치하지 않는다. 대신 허머 EV의 배터리 외부 출력 기능을 활용해 오두막에서 전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GM 관계자는 “여러 가정이 며칠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보니, 허머 EV 전기 활용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 성능은 ‘말 하나 마나’한 수준이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는 소개가 과언이 아니었다. 진흙 길, 자갈길, 움푹 팬 언덕 등을 자유자재로 달렸다. 주행은 스탠다드와 터레인, 어베일러블 익스트랙 모드 등이 지원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차량 높이를 맞출 수 있다. 험로에서는 터레인 주행모드로 달렸다. 50도 이상의 언덕길임에도 거침 없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치고 나갔다. 큰 체구의 차량이 이렇게 부드럽게 주행을 할 수 있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

 

 

허머 EV에는 전후방 측면 등 360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 특히 차량 아랫부분에도 카메라가 있어서, 차량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주행 중에 진흙이 카메라를 가렸다. 갑자기 워셔액이 나오더니 카메라를 청소해줬다.

평지에서는 부드러운 전차 느낌의 전기 SUV를 모는 느낌이었다. 제로백은 3~4초 수준으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 느껴지는 가속감과 흡사했다. 허머 EV는 4개의 바퀴가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느 차량에도 없는 기능인데, 이른다 ‘크랩워킹(Crab Walking)‘ 이 가능하다. 크랩이 움직이는 모습처럼, 길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으로 주행을 하는 것이다. 스케이트를 타는 듯 차량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듯한데 차가 앞으로 가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행 중 장애물을 만났을 때, 거대한 차량이 움직이라면 쉽지 않다. 그러나 크랩 워킹 기능을 사용하면 ‘옆으로’ 움직인 뒤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빗길이나 눈길 등 미끄러짐이 심한 길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실내 루프 또한 개폐가 가능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운전자와 보조석, 2열 뒷자리 등 4곳에서 각자 취향에 맞춰 수동으로 루프를 열 수 있다. 허머 EV를 다른 차량과 비교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까 싶었다. 허머 EV는 허머 EV였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차원의 차량이었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차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허머 EV가 한국 시장에 올지는 미지수다. 수입 업체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올 수는 있으나, 압도적인 크기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에서 출시 가격은 1억2000만 원이 넘는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어디까지 써봤니? 전기차 V2L(Vehicle to L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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