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D세그먼트 세단, 모델 3 하이랜드가 한국에도 풀리고 있다. 테슬라는 SDV, 즉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라는 개념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테슬라의 양산형 자동차라고 볼 수 있는 모델3 역시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부품및 공정 개선을 통해 상품성을 가꾸워 왔다. 최근 공개된 모델 3 하이랜드는 업데이트 차원을 넘어선 대대적인 성능 보강을 이룬 셈이다. 외관및 실내 디자인은 더욱 간결한 분위기를 지향했지만, 더욱 개선된 주행 성능과 편의 장비를 기반으로 보다 대중적인 순수전기차가 되었다.

테슬라가 모델 3 하이랜드를 공개한 건 2023년 3분기 였다. 최초로 모델 3를 공개했던 해가 2016년이었으니 대략 7년만에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가 생긴 셈이다. 그 전에도 ‘리프레시’라는 이름으로 꾸준한 상품성 개선은 있었기 때문에, 출고 시점에 따라 차량 스펙이나 가격, 디자인 등등 크고작은 차이가 발생되어 왔다. 한국 시장에 모델 3 하이랜드가 출시된건 2024년 2분기였다. 한국지사는 중국 생산 차량을 수입하면서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한다. 비슷한 시기 모델 3의 고성능 버전 루디크러스가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시장도 입항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모델 3 하이랜드는 기존보다 더욱 간결해진 디자인을 택했다. 얇은 개구부를 포함하는 범퍼도 약간의 볼륨을 제외하면 밋밋하게만 보인다. 그나마 테슬라의 차세대 로드스터와 유사한 듯 보이는 ‘ㄴ’자 형태의 DRL이 고급감과 카리스마를 키워준다. 측면 디자인은 당연히 기존과 유사하지만 휠 디자인이 고급스럽게 다듬어졌다. 쿠페처럼 매끄럽게 하강하는 C필러와 유선형의 벨트라인이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후면 디자인은 ‘ㄷ’자 형태로 변화한 테일라이트가 가장 큰 차이이며 언더커버 마감도 신경써 준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단, 실물로 접하면 보이는 각도에 따라 느껴지는 인상이 다양하다. 특히 정면에서는 모난 곳 없는 무난한 디자인인데, 측면에서는 헤드램프가 유독 날카로워보이고 공격적인 차체 윤곽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보닛이 프런트 펜더에 비해 움푹 패여있는 형태라서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감각적인 실루엣이 구현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이전 모델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라서 마음에 든다. 특히 휠 디자인이 디테일해졌고, 기존의 단순하던 후면 디자인도 정교한 인상이 남는다.

실내 디자인에서 단번에 차이를 알아보긴 어렵다. 원래부터 극단적인 디지털 친화를 통해 미니멀 인테리어의 끝을 보였다. 모델 3 하이랜드는 칼럼 레버까지 생략하기에 이른다. 변속과 턴시그널은 스티어링 휠 버튼과 디스플레이에 내장된다. 대신 15.4인치 디스플레이가 변경되고, 실내 엠비언트 라이트가 추가되는 등 전체적인 완성도를 다듬었다. 특히 한국 선호사양인 통풍시트가 추가되었다는 점도 큰 개선점이며, 계단식 대시보드나 스티어링 휠 등등 세부적으로 볼때 디자인이 다듬어진 건 확실했다. 센터 콘솔은 여전히 최고의 공간활용성을 보인다.

뒷좌석 공간이다. 전기차 답게 레그룸은 평탄하고도 넓은 편이며, 시원한 개방감의 글래스 루프덕분에 차체 크기대비 거주성이 훌륭하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센터 콘솔에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다. 독립 공조 기능과 시트 열선 제어, 볼륨및 OTT 서비스 접근 등 차량을 더욱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2중접합 유리와 소재 개선등 품질도 개선한 바 있다. 트렁크도 전동식으로 개방되며 기본적인 용량도 동급 최고 수준으로 넓지만 매트 아래에도 추가적인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보닛 프렁크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내 공간은 동급 최고이다.

듀얼 모터 롱레인지 사양은 트림 명 그대로 전 후륜 각각의 모터와 대용량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된다. 자연스레 네 바퀴를 구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두 대의 모터가 발휘하는 강력한 토크를 안정적으로 배분하게 되는 셈이다. 기본 제로백은 4.4초, 전기차의 가속 특성상 체감 출력은 더욱 빠르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흡음재와 차체 마감을 물리적으로 개선하고, 서스펜션 셋업을 수정하면서 정숙성과 승차감을 패밀리카의 초점으로 대폭 개선하기도 한다. 상온 항속거리는 488Km이며, 히트펌프 시스템을 갖추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400KM 주행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테슬라 모델 3는 그 시작부터 보급 용도로 계획된 차종이었다. 모델 S라는 프리미엄 세단으로 기술력과 자본력을 확보한 뒤, 제대로 된 양산형 전기차를 만들어 규모 경제를 확대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규모 경제의 수혜 국가는 중국으로 보이며, 테슬라는 그에 따라 브랜드 고유의 ‘고급감’을 강조하고자 하는 태도로 돌아선 듯 느껴졌다. 요즘 대부분의 전기차가 그렇듯 가격대는 유지하면서 품질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아무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델 3는 전기차 산업의 흐름을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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