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무의미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는 23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해 내세웠던 올해 실적 예상치를 철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 모든 재무 지표가 작년보다 악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임러의 1분기 이자 및 세전이익(EBIT)은 전년 동기 대비 68.8% 급락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폭스바겐그룹 역시 최근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4% 줄어들 것으로 잠정 집계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1분기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고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2분기(4∼6월)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 자동차기업의 1분기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르노가 25.9% 감소한 67만3000여 대에 그쳤고, 독일 폭스바겐그룹도 23% 줄었다. 미국 판매량만 공개한 포드도 판매량이 12.5% 줄었다.
주요 기업의 재무 실적도 어닝쇼크 수준이다. 프랑스 르노는 1분기 매출이 19.2% 줄면서 올해 배당금 지급을 포기하고, 이를 6월 이사회에서 확정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는 비교적 내수의 선방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중국 법인의 생산 및 영업 중단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은 42% 급감했다. 기아차까지 합치면 이익 감소율이 49%에 이른다. 현대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적자가 났던 2016년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3000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각국의 일자리를 떠받치는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면서 고용 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종 특성상 1개의 완성차 업체를 시작으로 수많은 부품 협력사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이라도 먼저 쓰러지면 연쇄적인 대량 실직과 도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178만명 고용 국내 車산업, 이달부터 타격 본격화 전망
이달 10일(현지 시간) 일본의 자동차업계 4개 단체 회장단 회의에서 도요다 아키오 일본자동차공업회장(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일본은 자동차가 1대씩 생산될 때마다 생산파급 효과는 2.5배에 달한다”며 “550여만 명에 달하는 일본 내 자동차산업 고용을 어떻게든 지켜내는 게 산업 붕괴를 막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유럽연합(EU) 정부 차원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도입했던 신차 구입 촉진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300여만 명이 고용된 독일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생산 중단으로 약 114만 명이 고용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8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국내 자동차산업도 고용 쇼크 우려는 마찬가지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최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업계 간담회에서 “반나절 근무도 가능한 탄력적인 고용 유지를 허용한 프랑스 정부와 같은 정책을 한국에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품 협력사도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 2차 협력사인 ATS의 이재진 대표는 “1차 협력사 자금난과 수출 위축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4월부터는 매출이 떨어지며 고용 유지를 위해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rong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