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M&A 전략도
애플과 닮아 있다

요약
1. 테슬라는 M&A에 있어 애플과 마찬가지로 어크하이어(Acq-hire) 목적의 Small Deal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2. 자동차 양산->자율주행 AI->배터리 제조까지 테슬라는 이런 전략을 통해 사업적으로 중요하지만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의 기술과 인재를 흡수해왔습니다.
3. 이런 Small Deal 전략에 비추어 볼 때, 당분간 테슬라의 대형 자동차 OEM 인수합병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Big Tech의 Big Deal 뉴스,
왜 테슬라만 조용할까?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소식으로 IT업계가 떠들썩해졌습니다. 무려 687억 달러, 약 82조 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사실로 사람들을 두 번 놀라게 했는데요. 이런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빅 딜”이 드문 뉴스는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만 봐도, 2011년에는 스카이프를 10조원에, 2016년에는 링크드인을 30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2020년에는 게임 개발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를 8조 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2012년 1조에 인스타그램을, 2014년에는 2.5조에 오큘러스를 사들였습니다. 구글 역시 2019년 루커를 3조에, 2021년 핏빗을 2조에 인수했는데요. 이렇게 빅 테크 기업들이 조 단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다는 요란한 소식은 매년 들려오는데요. 반면 미국 증시 시가총액 5위에 달하는 테슬라의 M&A 뉴스는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테슬라의 M&A 소식은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요?
테슬라는 어떤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을까요?

 

(사진 출처: Apple, Reuters)

 

테슬라는 M&A 전략도
애플과 닮아 있다

“우리는 애플 제품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작고 혁신적인 기업들에 주로 관심이 있습니다.” – 팀 쿡

사람들은 테슬라를 종종 “자동차계의 애플”에 비유하는데요. 사실 테슬라는 M&A 전략도 애플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테슬라에 앞서 애플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애플의 M&A 전략은 “어크하이어(Acq-hire)”라는 한 단어로 대표됩니다. 어크하이어는 “인수(Acquire)”와 “고용(Hire)”을 합친 줄임말인데요. 한 마디로 인재 흡수를 위한 인수합병을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의 “빅 딜”과 달리, 애플은 어크하이어 위주의 “스몰 딜” 전략을 폅니다. 애플이 전개하는 기존 사업 뿐 아니라 신규 사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해줄 수 있는 기업의 개발자들을 흡수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직접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게 애플의 전략입니다. 실제로 2012년 애플은 Authentec이라는 기업의 인수를 통해 지문 인식 기술의 개발 속도를 높였고, 2018년에는 Texture라는 기업을 인수해 애플 뉴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저들이 아이폰에서 이용하는 기능들의 상당수가 알고보면 인수합병을 밑거름으로 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인수 대상 기업들이 워낙 작은 기업들이기도 하고, 애플 역시 인수 과정을 극비리에 부치기에, 애플의 M&A 뉴스는 언론 보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요. CNBC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실제 애플은 3,4주에 1개 기업 꼴로 꾸준하고 빈번하게 M&A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테슬라도 애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솔라시티 인수를 제외하면, 테슬라가 진행한 인수합병이 뉴스 헤드라인에 크게 오른 전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인수를 진행했다는 사실조차 잘 보도되지 않고, 보도 이후에도 소리없이 묻혀버리기 일쑤였죠. 일단 인수 대상 기업 이름을 봐도 도대체 뭐하는 기업인지 알기 어렵고, 검색을 해도 홈페이지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인데요.

테슬라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어크하이어 목적의 스몰 딜 M&A를 주로 진행해 왔습니다. “친척 밀어주기” 논란이 있었던 솔라시티 인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재와 기술을 흡수하기 위한 중소규모 기업의 인수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테슬라가 이제껏 인수한 기업들의 리스트를 간단히 정리해봤는데요.

인수년도 카테고리  기업명
2015 자동차 제조 Riviera Tool
2016 자동차 제조 Grohmann Engineering
2016 태양광 시스템 Solar City
2017 자동차 제조 Perbix
2017 자동차 제조  Compass Automation
2019 배터리 제조 Maxwell Technologies
2019 AI Deep Scale
2019 배터리 제조 Deep Scale
2020 배터리 제조 Deep Scale
2021 배터리 제조 Spring Power
2021 배터리 제조 Sillion

 

테슬라는 2015년 스탬핑 장비 제조사인 Riviera Tool부터, 가장 최근인 2021년 배터리 음극재 기술 스타트업인 Sillion까지 10여 개의 기업들을 인수해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애플과 마찬가지로 테슬라는 인수합병에 대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2017년 진행된 Compass Automation 인수는, 무려 3년이 지난 뒤에야 사실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2021년의 Spring Power 인수 역시 테슬라가 이 회사의 기술 특허를 헐값에 사들인 것을 토대로 한 합리적 추측일 뿐, 공식적으로 테슬라가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테슬라는 인수합병의 구체적인 금액과 내용은 물론이고 거래 그 자체를 극비사항으로 유지하고 싶어하는데요. 하지만 애플이 어크하이어를 통해 기술적 난관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M&A 리스트를 통해 테슬라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려움을 겪는지를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테슬라는 어떤 기업들을
M&A 했나?

 

➊ 2015-2017년
자동차 양산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다

2017년 시작된 모델 3 양산에 대비해,
2015년부터 테슬라는 양산 기술 확보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수년도 카테고리 기업명
2015 자동차 제조 Riviera Tool
2016 자동차 제조 Grohmann Engineering
2017 자동차 제조 Perbix
2017 자동차 제조 Compass Automation

2015년 스탬핑 부품 제조사였던 Riviera Tool을 인수하면서 첫 M&A를 시작합니다. 스탬핑이란 자동차 강판을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성형하는 기술인데요. 2003년 창립 이후 10여 년 만에 첫 인수합병을 했단 것은, 테슬라가 그만큼 자체 역량에 한계를 느꼈거나, 급하고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렸단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는 독일의 자동차 생산 장비 제조사 Grohmann Engineering을 인수합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를 만들겠다(build the machines that build the machine)”는 목표를 위해 자동차 제조의 본고장 독일까지 M&A의 손길을 뻗친 겁니다.

2017년에는 공정 자동화 장비를 만드는 PerbixCompass Automation을 인수했는데요. 모델 3 양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일론 머스크 본인이 공정 자동화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어쨌든 난관 극복을 위해 이런 저런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정도로 테슬라는 자동화에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활성화된 Compass Automation의 웹 페이지 (사진 출처: Electrek)

 

➋ 2016년
논란이 끝나지 않은 Solar City 합병

2016년 26억 달러를 지불하면서 진행된 솔라시티 합병은 테슬라의 스몰딜 M&A 전략과 결이 다른 유일한 딜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인수년도 카테고리 기업명
2016 태양광 시스템  Solar City

 

솔라시티는 일론 머스크의 사촌인 린든 라이브와 피터 라이브가 설립한 지붕형 태양광 발전기 제조사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합병을 통해 친환경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사용까지 모두 끊김없이 수직계열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합병 당시 솔라시티가 파산 위기에 놓일 정도로 위태로웠던 상황이 알려지면서, 일론 머스크는 배임 혐의로 소송까지 당합니다. 사촌들을 구제하기 위해 테슬라를 이용해 솔라시티를 사들인 게 아니냐는 거죠. 솔라시티 관련 소송은 최근까지도 종결되지도 않으며, 계속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테슬라 블로그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솔라시티 인수합병 입장문 (출처: 테슬라)

 

Deep Scale의 CEO, Forrest Iandola (사진 출처: Crossminds blog)

 

➌ 2019년
AI, 자율주행

2019년, 드디어 테슬라 M&A 리스트에 AI 기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Deep Scale은 저전력 프로세스를 활용해 정확도 높은 컴퓨터 비전 기술을 구현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Deep Scale의 CEO인 Forrest Iandola는 테슬라의 시니어 머신러닝 사이언티스트로 합류하게 됩니다.

인수년도 자동차 제조 기업명
2019 AI Deep Scale

 

이 무렵부터 테슬라가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자율주행 구현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 외부로도 알려집니다. Autonomy Day, AI Day 등의 이벤트를 열면서 구체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계획을 널리 공개하기도 했죠. 하지만 테슬라가 AI를 너무나 잘해서인지(?)는 몰라도, Deep Scale 이후 더 이상의 M&A 소식은 잘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➍ 2019-2021년
이제 남은건 배터리다

최근 테슬라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많은 인수합병을 진행한 분야는 배터리입니다. 2020년 배터리데이를 통해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한다는 점이 공식화됐는데요. 배터리데이를 전후로 테슬라는 무려 5건의 배터리 관련 기업 M&A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11건의 인수합병 중 절반에 가까운 5건이 배터리 관련 딜인데요. 이 숫자가 그만큼 테슬라가 배터리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고, 난관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인수년도 자동차 제조 기업명
2019 배터리 제조 Maxwell Technologies
2019 배터리 제조 Hibar Systems
2020 배터리 제조 ATW Automation
2021 배터리 제조 Spring Power
2021 배터리 제조 Sillion

 

2019년에는 건식 전극을 이용한 배터리 제조 기술을 보유한 Maxwell Technologies, 그리고 배터리 고속생산 기술을 보유한 Hibar Systems를 인수합니다. 건식 전극은 배터리 제조 시 코팅 공정을 단축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소개되기도 했었죠.

2020년 인수한 ATW Automation은 독일의 배터리 모듈/팩 제조사입니다. BMW와 다임러에 배터리와 트랜스미션을 공급하던 ATS의 자회사인데요.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했던 부품 제조사를 기술/인력 흡수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사들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음극재 친환경 생산 기술을 보유한 Spring Power, 실리콘 음극재 생산 기술을 보유한 Sillion을 인수합니다. 실리콘 음극재도 앞서 언급한 건식 전극과 마찬가지로 4680 배터리에 채택될 것이 예고돼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4680의 양산이 늦어지는 이유와 배터리 분야 인수합병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테슬라의 대형 자동차 OEM
인수는
당분간 없을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한 11개 기업 중, 솔라시티를 제외하면 인수합병 전에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곳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테슬라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기술과 인재 합병에 초점을 둔 스몰 딜 M&A에 집중해왔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끔 들려오는 테슬라의 대형 자동차 OEM 인수 루머는 아마 앞으로 몇 년간 현실이 되기 힘들거라 봅니다. 꼭 필요한 기술과 인력만 흡수하는 테슬라가 자동차 OEM을 흡수했을 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잉여 사업과 인력을 쉽게 구조조정할 수 있을까요? 노조로 단합된 기존 인력들의 반발과 중복/잉여 사업 철수에 따를 비용을 감안하면, 머리부터 아파올 겁니다. 기껏 비싼 돈을 주고 사서 남는 것보다 버려야하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르니까요.

또한 2022년 현재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기술 리더십은 테슬라가 갖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선도하며 개발하고 양산한 기술들을 전통 OEM들이 추격하고 카피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를 감안하면, 애초에 전통 OEM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인력은 테슬라가 거액을 주고 살만큼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References
– 표지사진 출처: Getty Images
– How Apple does M&A: Small and quiet, with no bankers (21/05/01, CNBC)
– Tesla snaps up battery patent for just $3 – seemingly as part of startup acquisition (Electrek, 21/05/04)
– Tesla acquires Grohmann engineering to boost production (Techcrunch, 16/11/08)
– Tesla bought a company to help automate its factories (CNBC, 17/11/20)
– Tesla discreetly purchased an automated manufacturing firm to build factories (Carthrust, 20/06/05)
– Tesla quietly acquired automated manufacturing firm to design factories (Electrek, 20/06/04)
– Tesla is buying computer vision start-up DeepScale in a quest to create truly driverless cars (CNBC, 19/10/01)
– Tesla Patents – Key Insights and Stats (Insights by Greyb, 21/12/20)
– Tesla’s $218M Maxwell acquisition aims to give its batteries a boost (Techcrunch, 19/02/05)
– Tesla to acquire German battery assembly maker: source (Reuters, 20/10/03)
– Tesla Approved For Merger With Germany’s ATW (CEO Today, 20/10/21)
– Tesla confirms acquisition of battery startup in new patent (Techcrunch, 21/11/05)
– 테슬라 ‘반값 배터리’ 기술은 3달러짜리 (IT조선, 21/05/06)

 

일렉트릭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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