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에서 사진작가, 카레이서에서 ‘튜닝왕’이 된 사나이
래퍼 페노메코의 곡 ‘X’의 뮤직비디오에서 눈에 띄는 이 차. 윤호식 작가가 직접 튜닝한 BMW Z4입니다. 페노메코의 뮤직비디오 외에도 배우 손석구의 댄스로 화제가 된 광고 ‘신세계유니버스’에도 이 차가 등장했는데요. 각종 뮤직비디오와 광고에서 눈독들이고 있다는 바로 이 차, 1년에 걸쳐 자신만의 Z4를 완성한 윤호식 작가를 만났습니다.
Q.“네? 전직 아이돌이라구요?”
저는 1981년 1월생이어서 그 시절은 댄스가수가 붐이 올라올 때 잖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가 활동할 시절인데 그러다보니까 어렸을 때 춤바람이 들었어요. 직업으로 춤출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보니까 직업형 가수가 된거죠. 그러니까 아이돌이 된거죠.
그 당시에 유럽 축구 선수들을 보면 가죽 끈으로 머리를 넘기고 운동하는 장면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그럼 머리띠를 해보자” 그때 처음 방송에 나가서 머리띠를 하게됐는데.. 욕이란 욕은 다 먹었어요. 그때가 방송심의가 까다롭던 시절이라 염색 안 되고 귀걸이도 안 될 시절이어서 그렇게 열려있지 않았던 시대였던 것 같아요. 또 인터넷이 그렇게 많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어요. 나우누리, 하이텔 이런 시대였는데 그 시대인데도 안티가 엄청 많았죠.
“남자새끼가 머리띠가 웬 말이냐..”
Q. 그래서 아이돌을 그만두셨나요?
그만뒀다기 보다는 사라지는 거죠.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근데 여러 이슈들이 있긴했어요 처음엔 반응도 좋았거든요. 4위까지 올라가고 했었는데 임팩트는 없었나 봐요. 저희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았을텐데 추억도 남지 않고 그냥 사라졌죠.
Q. 아이돌 이후의 삶
모든게 한순간에 없어지고 났을때 멘탈이 좀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난 이제 뭘해야하나..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것도 없는데..” 그 이후에 대학은 솔직히 말해 낙하산으로 간거죠. 연예인 했던 분들은 거의 연예인 전형으로 특기생으로 들어가니까 저도 그렇게 들어갔고 그래서 처음에는 안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어요. 눈총도 많이 받고 해서 더 열심히 학교생활 했던 거 같아요.
연예인 전형으로 들어오신 분들은 연기 쪽으로 입학을 하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까 사진이 너무 매력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을 열심히 하니까 사진전공 교수님한테 핀잔을 많이 들었어요. 연기하겠다고 들어온 놈이 왜 자꾸 사진수업에 진을 치고 있냐고(웃음). 그래서 교수님한테 “교수님! 저는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했더니 교수님이 “열심히 할 애들 여기 많아~”그러셨는데 버티고 버텨서 사진으로 졸업하게됐죠.
스튜디오를 차렸을 때 한창 쇼핑몰이 붐이었거든요. 개인사업자 상대로 스튜디오 렌탈이나 쇼핑몰 사진, 제품 사진도 찍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을 했죠. 그러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일기획의 시안촬영을 하게 되엇는데 운 좋게 바로 광고로 게재가 되면서 또 혜성처럼 등장을 하게 된거죠.
Q. 그러다 갑자기 레이싱?
아마 남자들은 다 똑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난 운전 좀 하지?” 저도 운전 좀 하지~하는 측에서도 조금 더 잘하는 편이었거든요(웃음). 그러다 아는 분 따라서 ‘인제스피디움’이라는 서킷에 처음 갔어요. 그런데 보통 아마추어 분들이 ‘2분의 장벽’ 그러니까 골프로 따지면 ‘백돌이’같은 기준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2분은 찍고 올거야”하고 갔는데 2분 10초 나오더라고요. 많이 겸손해져서 돌아왔죠. 그래서 이게 빨라지려면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하면서 시뮬레이터 카페에 가서 연습도 하고 드라이빙 스쿨에도 가보면서 연습을 했죠. 그렇게 배우다 보니까 저는 더 푹 빠져서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럼 레이스를 해보자”
경기에 나가면 저보다 다 잘타는 사람들이니까 그들 사이에서 더 빨리 배우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된거죠. 그러다 운이 좋게 좋은 팀을 만나고 또 좋은 차를 만나서 포디움 맛을 빨리 봤죠. 저는 우승하고 싶고 내가 1등이 되어야 겠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Q.1등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욕심은 없었어요. 대회 나갈 때 주변에서 몇등 할 것 같냐고 물어보면 저는 그냥 “10위 안에만 들어가면 좋겠어”라고 얘기했었죠. 사실 더 미련이 없어요. 미련이 없는 이유가 레이싱 해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아직 한국에서 모터스포츠가 그렇게 많이 활성화 되어 있지가 않고 아직 자리를 많이 못 잡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자비로 많이 하시거든요. 어마어마한 자비가 들어가다 보니까 이게 웬만큼 돈을 잘 벌어서는 계속하기는 힘들어요. 레이스에 썼던 돈 하면 튜닝한 차가 포르쉐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저는 주변에서 열심히 해보라면서 용돈도 주시고 타이어도 동호회에서 사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레이싱을 해볼 수 있었죠.
Q.이제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차 는 어떤 차인가요?
이 차는 다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BMW Z4 E85모델입니다. 5년전에 비오는날 지방에 내려가서 1800만원에 구입했고 구입 당시도 서스펜선, 휠, 타이어 등 튜닝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거 있잖아요. 더 내마음에 들게 만들어보고 싶은 거 있죠. 예를 들어 청바지가 있는데 난 더 찢어서 입고 싶어 하면 찢을 수 있잖아요.
FRP(섬유강화플라스틱)로 레이스카 같은 바디킷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모델링을 하거든요. 어떤 형상을 만들어가는거죠. 형상이 어느정도 마감이 되면 몰드를 찍어내고 제품을 떠내는데 저는 모델링을 하고 그 위에다가 몰드 뜨듯이 FRP를 적층을 해서 굳힌 다음에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면 처리 작업을 했어요. 그게 좀 힘들었죠. 왜냐하면 표면이 되게 거칠거칠하거든요. 그걸 다 샌딩을 하고 퍼티를 하고 또 샌딩을 하고 몇시간 동안 같은자세로 갈아내야 하니까 관절염도 걸리고 근육통도 왔었죠.
FRP자체가 몸에 해로운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갈아낼 때 미세한 가루들이 반짝반짝 날려요. 그 가루들이 날카롭단 말이에요. 그게 호흡기로 들어가서 폐에 박히면 안 빠진대요. 그게 위험한거죠. 그래서 실내에서 작업할 수 없고 야외에 텐트 하나 쳐놓고 작업하는데 방독면쓰고 방진복 입고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처럼(웃음). 여름에는 장난아니죠. 30분만 작업해도 기진맥진해요.
Q.완성하는데까지 들어간 시간과 비용?
이것만 붙잡고 매진을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1년정도 걸려서 완성할 수 있었어요. 비용은 일단 인건비는 안들어갔죠. 제가 다 했으니까. 재료비, 차고운영비, 제품구입비, 구조변경비 등이 들어가는데 제가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2천만원 정도 들어갔다고 말했었는데 이런거 다 합하면 3천만원 정도 제작비에 들어간 거 같아요.
Q.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세가지
첫번째는 일단 콧구멍. 콧구멍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죠. 해외 레이스 카 자료를 볼때 주둥이 쪽을 형광색으로 해서 깊게 덕트처럼 쫙 빼놨는데 그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이 콧구멍을 깊이감있게 만들어서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두번째는 휀다. 이게 일반적으로 양산하는 바디킷 업체에서 나오는 형태가 아니거든요. 좀 과격하고 각져있잖아요. 저는 딱 갑옷을 입은 로봇처럼 그런 형상이었으면해서 휀다 형상.
세번째는 사이드미러.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보통은 필러쪽에서 나와서 장착이 되는데 해외 레이스카들 보면 이런 형상을 갖고 있어서 이건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비밀이 하나 있는데 사이드 미러 커버는 직접 만들었어요. 미러가 있어야 하는데 이 형상에 맞는 미러가 없었죠. 그래서 1톤 트럭의 보조미러로 사용하는 몇천 원 안되는 미러로 제작을 한 거에요. 미러가 작아서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오히려 광각이라서 옆옆차선까지 보이거든요.
Q.삶의 일부분이 된 자동차
제 삶의 한 부분이 왜 맞냐면.. 제가 이 차의 매니저로 살고 있거든요. 차가 더 유명해요 차주보다. 뮤직비디오나 광고 스케쥴 관리를 맡고 있거든요.
저에게 꿈이 있다면, 나이가 사십대 중반이 되니까 “내가 나를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행복해지는게 우선순위예요. 자동차 사진을 찍으러 파주에 오고 즐겁게 사진 찍었던 그 시간이 또 추억이 되기도 하거든요. 멋진차, 비싼차 아니더라도 그냥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놀러온다 생각하시고 많이 찾아와주세요. 좋은 추억 남겨드리겠습니다.
[대표이미지 출처 : meme.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