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전기 SUV e-2008
2020년 여름에 국내에 출시된 푸조의 전기 SUV인 e-2008 를 시승했다. 푸조/시트로엥의 소형 세그먼트를 위한 common modular platform(CMP)에 2008을 위해 파워 일렉트릭을 탑재한 차량이다. 총 50kWh, 가용 45kWh의 배터리가 바닥에 배치되어 있고, 100kW (146마력), 26.5kg*m 의 모터를 채택하고 있다.
CMP 플랫폼?
CMP 플랫폼은, 말하자면 PSA그룹이 순수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B, C세그먼트를 위한 모델이다. 고강도 철판과 알루미늄, 합성소재를 복합적으로 채택해서, 모델 라인업의 CO2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며, 공력 설계나 저구름 타이어 채택, 내연차량의 경우 파워트레인의 효율성 향상 등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여타 제조사들이 컴포트 성능을 희생하고 있는것과는 달리, CMP 플랫폼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며, 진동과 소음을 저감할 뿐 아니라 공조장치 성능을 개선하여 안락감을 개선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나아가, CMP플랫폼의 차량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ACC)와 차선유지장치, 자동주차 등 종축 및 횡축의 2차원을 커버하는 주행보조장치를 탑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외형과 충전 특성
푸조 2008은 2013년에 1세대가 출시되었고, 2세대는 2019년에 시트로앵 DS3 크로스백의 형제차로 출시되었다. B세그먼트 SUV 차량으로, B세그먼트 컴팩트카인 208의 SUV버젼이다. B세그먼트 SUV로서 경쟁 모델에 해당하는 코나와 외관 크기 및 축거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미세하게 e-2008 편이 축거가 크지만 밖에서 차를 바라보았을 때는 비슷한 크기에 가깝다.
현대 코나 축거 2600mm
4205*1800*1550mm
푸조 e-2008 축거 2650mm
4300*1770*1530mm
국내 발매 모델은 100kW 로 급속 충전이 가능하며, 급속충전시에는 65% 정도부터 계단식으로 충전속도가 줄어드는 셋팅인데, 이정도 규모의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통상적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교류 완속충전은 온보드 차저가 11kW까지 받아줄 수 있다.
만족스러운
드라이빙 성능과 질감
평소 주말에 비해 비교적 도로가 한산한 설 연휴 마지막날 오후에 시간을 내서 이 차량을 시승했다. 차량에 탑승했을 때 가장 느껴지는 느낌은, 컴팩트 세그먼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좁지 않다는 것이다. 이정도 세그먼트의 차량들은 기본적으로 다소 빡빡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e-2008는 상당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역시 전통적으로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뽑는 푸조의 설계 답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로 차량을 몰고 나오면서, 속도를 슬슬 올려 본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토크를 예민하게 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소 내연차량을 모사하는 듯한 악셀러레이터 개도(스로틀이 없으니 개도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위치와 토크 셋팅이다. 회생제동 답력을 증가시킨 B 모드를 선택하지 않으면, 넉넉한 배기량의 6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차량을 모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가속 질감과 엔진브레이크의 느낌을 준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와 변속기 레버의 B 모드를 선택하면, 프랑스제 컴팩트 전륜 차량의 타이트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0-100km/h 가속은 테스트하기에 따라 8.5-8.7초 정도가 소요되어, 시내에서의 민첩한 거동이나 간선도로에서의 빠른 추월 가속에 문제가 없는 성능이다. 전기차 모델 중 모터의 위치나 휠베이스, 서스펜션 셋팅 탓에 급가속, 급감속 시에 차량이 배 처럼 앞뒤로 꿀렁이는 것들이 있다. 잘 셋팅된 바닥 배터리 배치 전기차의 주행 특성에 익숙해진 경우라면 이런 미세한 차이가 유독 불쾌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푸조 e-2008의 경우에는 컴팩트이고 휠베이스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없고, 가감속 시에 타이트하게 차량의 무게중심이 아래로 잘 깔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연차량과 공용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배터리 전기 모델을 고려하고 설계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한 셋팅일 것이다.
그러나, 시승 중 가장 우수하게 느껴지는 것은 세그먼트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으로 생각되는 우수한 소음 및 진동 저감 성능이다. 구형 아이오닉(초기형) 모델이나 테슬라의 모델 3과 같은 차량은 기본적으로 휠하우스에서 소리가 많이 올라오고 속도를 올려 보면 풍절음도 상당히 시끄러워, 고속 주행시에는 피로도가 증가되기도 하는데, e-2008는 B 세그먼트임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은 여타 매스 마켓 브랜드의 D세그먼트에 가까운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다. 전기 SUV 중 가장 저렴한 가격대인 점을 감안하면, 주행 질감과 컴포트 성능에 있어서는 아주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편이다.
편의성 측면에서 하나 더 장점을 꼽자면, 카오디오의 성능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주행보조장치
간선도로에서 짧게나마 종축 및 횡축 주행보조장치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핸들을 놓고 있으면, 계기판에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차선 유지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일상주행에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차선유지기능이 정확히 몇 km/h부터 작동하는지는 아쉽게도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지에서 정지까지 작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번 시승으로는 완벽히 확인이 어려웠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기본적으로는 정체구역 어시스트(traffic jam assist)기능도 커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 주의도 경고 장치나 차선 이탈 경보장치는 시속 40마일, 65km/h부터 작동한다.
전비
국내인증 주행가능거리가 237km 으로 되어 있지만 실 주행가능거리는 300km 가량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겨울을 난 시승차의 트립 전비가 5.1km/kWh 인 것을 보면, 웬만한 겨울철이라도 거의 250km 까지 탈 수가 있을 것 같다. 히트펌프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45kWh 의 가용 배터리 용량 치고는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일상 주행에서 집밥이 있다면 거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
후드 밑에 프렁크(frunk)가 없는 점은 아쉽지만, 대신 트렁크는 3단으로 되어 있다. 맨 아래칸에 충전 케이블을 넣을 수 있고, 그 위층에는 트렁크 커버를 넣거나 다른 사물을 넣을 수 있다. 맨 위층이 메인 트렁크이다.
2열을 눕히면 어느정도까지는 평탄화가 가능하다. 코로나 19이후 SUV 형상의 차량에서 특별히 중시되고 있는 기능이다.
총평
GT 모델의 가격은 4940만원이다. 2021년에 국고보조금을 649 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기준 지방보조금은 400만원이다. 과거에 비해 보조금이 축소되고 전반적으로 차량 가격이 상승되면서, 이제는 실구매가 3천만원대로 전기차를 구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는데, e-2008는 실질적으로 최저가격에 살 수 있는 전기 SUV가 되었다. 수입차로서 비슷한 레인지에 볼트 EV가 있지만 e-2008는 볼트 EV에 없는(그러나 한번 써 보면 없는 차는 탈 수가 없는) 2축 주행보조장치가 있다. 결론적으로 e-2008는 가격과 크기는 B 세그먼트이지만 C 세그먼트 만큼의 공간과 컴포트 성능을 제공하는 우수한 가성비를 보유한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