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앱티브’와 합작사 본계약
“자율주행 기술은 ‘타스(TaaS·Transportation-as-a-Service·서비스로서의 교통) 시대’의 핵심입니다.”
미국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제품과 모빌리티(이동) 서비스가 융합하는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변신하기 위한 ‘자율주행 기술’ 구상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율주행은 보수적으로 봐서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며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리고, 팰로앨토(미 실리콘밸리)는 빠를 것이며 우리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가 투자된, 미국 앱티브(ATIV)와의 자율주행 합작회사 설립 본계약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와 함께 3대 회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나눠 갖는다. 정 부회장은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한 이유에 대해 “그래야 다른 자동차 회사에 공급이 가능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 2∼3단계 수준의 기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합작회사를 통해 레벨 4단계(운전자 개입 없이 주변 상황에 맞춰 주행) 이상의 순수 자율주행 기술을 집중 개발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 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 자율주행 차를 본격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레벨 4단계 이상 기술은 합작회사와 인력 파견, 지식재산권 공유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가 2020년 이후 계속 성장해 머지않은 시기에 전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면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전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현재의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가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 ‘음성’ 기술이 중요하다”며 손가락 조작보다 음성 명령 기술이 당분간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이 없어 자율주행에 더 적합하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드라이빙 에어플레인’과 같은 비행 자동차가 레벨 5의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최근 중국 시장 부진 등 세계 자동차 시장 둔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생산목표(760만 대)를 밑도는 740만 대를 생산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올해와 내년 생산은 중국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 시장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지만 워낙 큰 시장이라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시장은 인도가 있지만 아프리카 지역이 향후 커질 것”이라며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어느 정도만 차지한다고 해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 안정화하고 있다”며 “양국 경제 관계가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