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업영역 확대 나선 까닭
“자율비행이 가능한 개인항공기는 더 이상 만화책 속 얘기가 아니다. 기술 발전과 투자 가속화로 2040년에는 1조5000억 달러(약 1760조 원)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개인항공기(PAV) 시장에 대해 올해 초 내놓은 전망이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택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22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앞으로 개인항공기 부문을 전체 사업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그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자율비행기가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세계적으로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거대 도시가 늘면서 개인항공기의 상용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교통정보 분석 기업 ‘인릭스(INRIX)’는 지난해 미국 운전자 1명이 한 해 동안 교통 정체로 도로에서 허비한 시간을 평균 97시간으로 추산했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도로 대신 하늘에서 소규모 이동수단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면 사람을 쉽게 이동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물류 부문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 같은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기체 개발·제조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 개발과 서비스 제공 등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기체 개발과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업체인 에어버스와 보잉은 물론이고 도요타, 벤츠 등도 서로 협력하면서 개발에 나섰고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올해 CES에서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과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개인항공기 ‘벨 넥서스’를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 연구와 기술 개발을 책임졌던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170곳이 넘는 업체가 개인항공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음과 활주 공간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전기 수직이착륙 방식의 개인항공기가 유력한 대안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 연구와 기술 개발을 책임졌던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170곳이 넘는 업체가 개인항공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음과 활주 공간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전기 수직이착륙 방식의 개인항공기가 유력한 대안이라는 관측이다.
지상과 달리 공중에는 장애물이 적다는 점 때문에 자율주행차보다 개인항공기가 더 빨리 상용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개인항공기가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인)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개인항공기의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행과 관련한 안전성 확보와 사회 전반의 인프라 구축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 “제조·서비스 로봇 시장 이미 형성”
현대차그룹이 또 다른 미래 사업의 축으로 제시한 로보틱스 분야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사회의 모습 중 하나인 ‘사람 역할을 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의 경우 교통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 군사,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제조 영역에서 갈수록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고 서비스 영역에서는 고객 응대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합친 세계 로보틱스 시장 규모는 2021년에 550억 달러(약 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진출했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 투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근로자의 신체 부담을 덜어주는 의자형, 조끼형 로봇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도와주는 의료형 로봇도 최근 선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개인항공기는 이동 수단의 일환이고 로봇은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기술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완성차 업체와 기존 업체들이 협력해 잠재력이 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