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개정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개정안의 발단과 추가된 대책, 처벌 수위 강화까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민식이법’에 대해 확인해 봤습니다.
‘민식이법’이 뭐죠?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한 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김민식’ 어린이가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 비춰지며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강화 대책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관련 개정안은 12월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으로 불리지만 정확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나뉩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먼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법률 개정 이전에는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 시 처벌이 5년 이하의 금고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습니다. 개정 이후에는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에 이를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상해에 이른 경우도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법적 보호 대상은 ‘어린이 보행자’에서 13세 미만 보행자 또는 자전거, 킥보드를 탄 어린이로 확대되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살펴보겠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또는 시장 등에게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시설 및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각 지자체별로 25일 개정안 시행 이전에 선제적인 조치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의견은 없나요?
개정안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과잉 처벌’로 인한 형평성 논란입니다. ‘특가법’ 개정안을 보면 과실이 인정되는 어린이 사망사고 시 3년, 무기징역까지 처벌 받게 됩니다. 처벌 수위가 2018년 말 시행된 ‘윤창호법(음주운전 특가법 개정안)’과 같습니다.
상해 사고 시 최대 처벌 수위인 15년도 동일합니다. 요약하면 음주운전 사망 및 상해 사고와 ‘스쿨존’ 사고의 처벌 수위가 크게 다르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운전자 과실’에 대한 모호한 기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정안 전문을 살펴보시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30km/h 미만 속도 준수 외에도 전방 주시 의무 및 사고 가능성 예측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구역 내에서 이미 사고가 일어났다면 과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대중의 의견이 많습니다.
다만 피해 보상 관련 민사가 아닌 형사 소송이기에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재 이 부분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의 대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상해 사고 시 엄중한 벌금으로 보험 업계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운전자 보험은 통상 사고 처리 지원금 1억 원, 변호사 선임 비용 2,000만 원, 대인 사고 벌금 2,000만 원, 대물 사고 벌금 500만 원 지원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으로 벌금 담보를 3,000만 원으로 늘린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사고 대비의 취지와는 달리 마케팅으로 활용돼 씁쓸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정 내비게이션 앱(App)은 ‘스쿨존 회피’ 경로 안내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안전운전 안내의 강화를 넘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 밖에도 ‘자동차’ 적용 범위, 제도 적용의 비현실성 등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개정안의 취지인 ‘어린이를 보호하자’라는 대전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법안 탓에 지금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수많은 개정 요구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고석연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