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출고 후
어느덧 6.8만 km 주행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2016년 7월에 신차로 출고하여, 어느덧 6.8만 km 을 주행하였다. 지난 마지막 포스팅이 2018년 4월 12일의 4.1만km, 2년 주행기였는데,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 경험하였던 여러가지 일들의 밀도는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가장 높았던 것 같다. 1년 전의 당시 글을 반추해 보면 다음과 같은 포인트가 있었다.
1
SOH 는 4.1만을 주행해도 멀쩡하다.
2
세차를 안해도 괜찮다.
3
순정 타이어는 아이오닉을 견디지 못한다.
전기차에는 다만 저구름저항 타이어 보다,
여러 파라미터가 좋은 타이어가 필요하다.
4
경량 휠에 대한 의견
전기차에서 성능 개선 효과가 있을까?
5
전기차의 경제적 효과가 놀랍다.
그리고 전기차는 사용을 해도 낡지 않는것
같아 자동차 제조사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제, 삶의 터전은 수도권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올 3월부터는 매일 근무시간이 상당히 길어졌으므로
적산거리계는 최근 2개월 간은 상당히 정체를 보이고 있다.
집밥은 중요하다
금년에 거주지를 수도권으로 올기면서 가장 피부로 와닫는 점은, 집밥이 없는 전기차 라이프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세 들어 사는 집과 직장 (50km 떨어져 있음) 에는 모두 충전기가 없고, 집의 관리사무소는 완강하게 수 개월째 충전기 (파워큐브 포함) 설치를 거절하고 있는 상황으로 주로 공공 급속충전기를 사용하여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 (20%->90% 까지 30분 가까이 소요) 과 비용 (비공용 파워큐브 대비 2배 이상의 지출) 소요가 발생한다.
급속 충전이 빠르고 전비가 좋은 아이오닉이니 그나마 이정도이지, 최근의 대용량 배터리 차량이었다면 오히려 충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편함이 더 심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 본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심야에 저속으로 충전하여 아침에 집을 나설때는 늘 100%가 되어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전기차 라이프에 중요한 요인이 되겠다.
전기차에는 중량과 퍼포먼스에 걸맞는 타이어가 필요하다
아이오닉의 타이어 성능에 대한 만성적 불만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 키너지 AS-EV를 장착하였고, 휠은 순정 동일 규격인 OZ Ultraleggera 16*7 45mm offset, 205/55-16, (14.65 lbs) 을 장착하였다. 주행가능거리는 봄철 230km 정도로 과거 260km 에 비하여 10% 가량 감소되었는데, 기존 순정 타이어에서 경험하던 과도한 휠스핀이나 우천, 강설시의 불안한 느낌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Kinergy AS ev
배터리 구조로 뒤가 무거운 1세대 아이오닉 전기차에서 훌륭한 운동성능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AS-EV와 같이 여러가지 성능 도메인이 모두 고려된 타이어의 사용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전비 손실이 있지만, 소음 감소, 종/횡방향 기동시의 안정성, 장거리 주행시의 피로도 감소, 우천/강설시의 안정성, 제동력 등이 모두 호전되어, 퍼포먼스가 좋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전기차의 다양한 특성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세차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작년 봄에 세차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후 아직까지도 세차를 않고 있다. 도저히 할 시간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순간 먼지가 쌓이는 것과 자연 강우에 의해서 깨끗해지는 것이 평행 상태를 이루게 되므로, 그 시점이 되면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게 된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의외로 그렇게 더러워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게, 습관처럼 챙기는 것을 빼 보면, 별 일이 없다는 것을 또 한번 알게 된다. 살면서 이런 것들을 점점 많이 알게 된다.
자동차 회사는 앞으로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 더 긴 주행가능 거리의 전기차들이 올해 순차적인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도 아이오닉을 운행한 지 이제 2년이 거의 다 되어가면서,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불만이나 차량에 대한 불만이 점차 줄어들면서 지금은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상태가 되었다. 그냥 타는 것이다. 2년간의 차량 가치 저하 와 금융 기회비용을 매우 가혹하게 계산 하더라도 이미 연료비를 포함한 유지비 절감 (또는 KTX 비 절약?) 의 폭이 그것을 넘는, 손익 분기점을 4만 km 즈음에 통과 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심리적 회계 장부 상에서는 차가 양의 현금 흐름을 만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컨디션은 신차와 거의 동일하므로, 과거 내연차량 (특히 내연차는 계획된 구형화planned obsolescence 가 난무하므로..) 을 보유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 1년 전의 글이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차령은 증가되는데 차는 잘 낡지 않는다. 하체의 상태도 3년이 되었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배터리 상태나 주행가능거리도 그대로이다. 내연차는 차가 3년이 되면 돈을 달라고 하게 되어 있는데, 전기차는 그렇지 않다. 파워트레인(PE) 은 20만km/10년인지 평생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굉장히 긴 보증이 약속되어 있다.
아이오닉 전기차의 새 모델이 나와서-현대자동차의 연구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소형 차량의 바닥에 40kWh 에 달하는 배터리를 넣었고, 중량은 늘지 않았고, 성능은 개선되었으며,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모터 스튜디오에 구경을 갔다. 모든 상품성 척도가 대폭 개선되었으며, 테슬라에서나 보던 휴대폰을 이용한 키 대체나 OTA 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업데이트 등의 편의 장비도 갖추고 있다. 현대에서 이제 이런 수준의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미 내 아이오닉은 3년에 달하는 기간 매월 상당한 ‘상대적 현금 흐름’ 을 제공하는 일종의 생산 설비, 자산의 역할을 매우 잘 해주고 있으며, 세월이 가도 그 본질적 기능은 전혀 퇴색하지 않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전기차를 이용해 많은 돈을 절약했지만, 신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 어느때 보다도 낮게 되었다.
이 때문에, 전기차의 중고 가격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것일지도 모른다. 보조금도 줄기야 하지만.. 기존 유저들은 대개는 차량을 내놓을 생각이 없을 것이니까.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제조사 입장에서 신차 판매에는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른다.
최근 아이폰의 평균 사용 기간이 늘면서 애플의 매출에서 휴대폰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이미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는 전기차 시대가 되면 마찬가지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이제 올릴 수 있는 상품성은 큰 틀에서는 3세대 자율주행 정도가 남았다. 아직은 전기차 구입자는 교체구매보다 신규구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체구매의 비중이 앞으로 증가되면서 신제품 전기차량의 가치 제공 (value proposition) 이 기존 유저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할 지를 짜내는 것이 앞으로 제조사들이 과제가 될 수도 있겠다.
가치관의 변화
지난 17년 간의 나의 자동차 생활 중에, 아이오닉 전기차를 선택한 것은 자동차의 구입과 유지에 대한 기존 가치관을 모두 바꿔놓는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지금부터 1년이 경과된 후에는 내 차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앞으로 1년 동안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의 만족을 줄 것인지가 벌써 궁금해진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