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 아이오닉 전기차가 만 4년이 되었을 떄 다음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과거 내연차는 5년씩 보유하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보통 2-3년 정도 보유했던 것 같다), 전기차를 타면서 보유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러면서 초장기 보유의 경험에 대해서는 이렇게 1년 간격으로 기록을 남기게 된다.

 

 

지난 1년 전, 4년차 기록에선, 2016-2020년 사이 이사를 5번 넘게, 휴대폰을 두번, 노트북 컴퓨터의 마더보드를 한번 교체했음을 언급했던 것이 흥미롭다. 그 후 1년의 시간동안 또 이사를 한 번 했고, 휴대폰을 한번 바꿨고, 노트북 컴퓨터는 결국 교체를 했는데, 너무 학대를 한 탓인지 마더보드를 보증 수리로 또 한번 바꿨다. 그렇게 정신 없는 1년이 지나가면서 아이오닉 전기차는 별 군말 없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 주었다.

 

진짜 장기 시승기! 국내 1호
아이오닉 전기차, 만 4년이 되다

(◍’◡’◍) 아이오닉 1호차 출고 후 만 4년이 되었습니다~

 

2년 전에 언급했던 서울의 신축 주택 공급 제한 정책(서울에 살고 싶은게 투기적 욕심 때문이고, 이 투기적 욕심을 줄이기 위해서 서울의 새집 공급을 줄여야 한다고?)은 작년에 이어 올해는 보다 더 명확하게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그 사이 직장을 옮겼는데, 정시 퇴근을 하려면 직선 8km 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1시간 30분~2시간이 걸린다. 다행이 아이오닉 전기차는 한시간 반에 걸려 퇴근을 하더라도 전비가 9km/kWh 쯤 나와준다. 과거, 대우의 G2X 등 내연차를 탈 때는 연비가 5km/l 도 나오지 않던 정체를 매일 경험하는 셈이다. 전기 파워트레인과 레벨 2에 해당하는 주행보조 기능은 굉장한 삶의 질 향상 효과가 있다.

 

 

작년 여름의 기록은 적산거리계가 76855km 으로 되어 있다. 이번엔 84759km 로 늘었다. 1년에 1만 km도 채 주행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사용한 연료비가 0에 가까우니, 보험과 세금, 중고 시세의 하락(감가)을 더했을 때 1km 당 주행 비용은 다 합쳐서 250원이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매일 6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차량을 유지하는 격이다. 게다가 해당 차량은 신차 구매자에게 배터리 등 전기 파워트레인의 평생보증이 제공되므로, 오래 보유할 수록 이득인 셈이라, 세월이 가면서 차량 보유의 기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행이 아직까지 주행거리를 비롯한 차량의 본질적 성능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한편, 과거를 돌아보니 새로 나올 전기차의 상품성에 대해서는 지난 1년 전 다음과 같은 언급을 했었다. “출퇴근 시간에 휴식이나 공부, 또는 PC를 이용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라면 평일 기준 하루 3-4만원 수준의 지출 용의가 있어, 수천만원의 교체 비용이 변호 (advocate) 되지만 그 외라면 아무래도 의미가 없다. 이렇게 또 가지고 있는 아이오닉을 계속 타게 된다. 대중을 위한 상당히 완성도 높은 레벨 3 자율주행 전기차는 한참 멀었으니까. 내년의 NE 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과연, 새로운 전기차는 어떨지 궁금하게 되어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 5를 시승해 보게 된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후륜 모델만 돌아다닌다. 시승차량도 후륜 풀 옵션이다. 홈페이지를 통한 시승 예약을 하였기 때문에(셀프 시승), 짧게만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이미 개발 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은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주 막히는 서울의 도로에서 작년에 남겨놓은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휴가인 평일 낮, 상당히 막히는 서초동의 도로에서 에어컨을 켜고 주행을 한다. 막히는 길에서의 거동은,…. 그냥 그렇다. 최적의 상황에서 0-100km/h 가속은 8초에 해낼 수 있는 차량이지만, 후륜 모델이라 기본적으로 토크를 완전히 다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아주 민첩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1920~2060kg 의 거구를 움직이기에 218PS 의 후륜 모터는 전기차로서의 최소한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형 아이오닉의 스포츠 모드-순정 타이어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휠스핀이 너무 심하게 나서 오히려 문제다-보다도 실 주행에서의 즉각적인 토크 표출은 억제되어 있어, 오로지 컴포트 스타일을 목표한 대중 차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히는 길에서의 주행 보조는 상당히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가다서다가 많기 때문에, 버튼을 눌러 출발을 해 주어야 하는 귀찮음은 남아 있다. 올림픽 대로나 강변북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HDA 기능은 체험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아쉽게도, 주행보조의 편의성이 ‘굉장하다’ 라고 느낄 만큼은 아니다. 구형 아이오닉을 처분하고 신형 아이오닉 5를 보유하게 된다면, 하루 보유비용이 3.5만원 정도로, 약 3만원 만큼 증가된다. 이만큼의 편의성 증가를 사는 것 치고는 꽤 비싼 댓가다. 차량의 유지에 소득의 5~10% 정도를 쓸 수 있다면, 아이오닉 5를 부담없이 보유하려면 꽤나 소득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위 그림에서처럼 의외로 실제 환경에서 높지 않은 전비 또한 감내해야 할 것이다.

 

 

중량, 가격, 떨어지는 운동 성능과 효율성은 풍부한 공간의 댓가다. 아이오닉 5를 구입하는 것은, 공간을 넓게 뽑아서 공조와 엔터테인먼트가 작동하며 전기도 뽑아 쓸 수 있는 하나의 응접실을 확보하게 되는 것과 같다. 주차된 이 차에서 의자를 눕힌 채 음악을 들으며 몇 분을 보내 보니.. 이 차의 가격은 공간을 빌리는 댓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기존에 자동차에 배분하던 소득을 조금 더 배분할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전 글에서, 더욱 강조되는 공간의 가치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아이오닉 5에서는 밴 만큼은 아니더라도, 1-2인 가족이 휴식을 즐기기 위한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한적하고 경관이 좋은 곳에 차를 대고 시트에 누워 음악을 듣고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 구형 아이오닉이라면 몸이 너무 힘든, 휴식에의 활용이 이제는 가능하게 된다.

 

코로나19시대,
공간의 가치와 전기밴의 가능성 

코로나 19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도시인의 삶의 방식이
비대면화되고, 국외여행은 가지 않는 것이….

 

그래서, 평소의 나 같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타이칸(만큼은 아니더라도)에 나름대로 가까운 주행 성능과 아이오닉 5의 주행 보조, 공간과 국산 브랜드의 정비 용이성을 모두 누리기 위한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기아 EV6 GT에 계약금을 걸어둔 것이다. 아마도 EV6 GT가 쏘나타 PHEV 를 교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테슬라 모델Y 인도받았습니다. 역시 정품(=불량)…. ㅜ_ㅜ

충격적이었던 포르쉐 타이칸 시승 – 제원은 실제를 모두 반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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