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차에는 주유 경고등
전기차에는 충전 경고등
일반 자동차에 주유 경고등이 있다면 EV에는 충전 경고등이 있다. 하지만 EV의 경고등은 주유 경고등보다 민감하게 봐야 한다.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더 짧고, 완전 방전은 배터리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들은 대개 기름이 10% 미만으로 남았을 때 연료 경고등을 띄운다. 하지만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도 크게 걱정은 없다. 요즘 차들은 주행 가능 거리가 함께 표시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널린 게 주유소라 금세 급유 가능하다. 내연기관차는 주유 경고등이 들어와도 50km 넘게 가는 일이 많다. 그래서 경고등이 켜져도 급하게 주유소를 찾지 않는다. 전기차는 사정이 비슷한 듯 다르다. 전기차를 운행하다 보면 연료가 아닌 배터리를 충전해 달라고 메시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쏘울 EV,니로 EV, 코나 일렉트릭)은 배터리 잔량이 8%가 되면 이 메시지를 표시한다. 먼저 청각적으로 경고음이 울리며 내비게이션에 표시된다.
예를 들어 64kWh 용량 배터리의 8%는 5.12kWh다. 이를 5~6Km/KWh 효율로 계산해 보면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25~30Km일 때 메시지가 표시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메시지는 클러스터 우측 하단에 여러 겹이 겹친 배터리 표시 모양에 불이 들어온다. 정확한 명칭은 구동용 배터리 잔량 경고등. 지금까지 보았던 주유 경고등과는 완전히 다른 생김새다.
배터리 충전 경고등이 들어오고 좀 더 운행하면 2단계 경고인 ‘노란 거북이’를 영접하게 된다. 이 경우 비상 상황 돌입한 것으로 간주해 배터리에서 모터로 보내는 출력을 제한한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는 서행한다. 간혹 경사 급한 언덕에서는 차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노란 거북이 경고등은?
‘노란 거북이’ 경고등은 배터리가 3%가 남았을 때 들어 온다. 위의 예를 적용하면 남은 배터리 용량은 약 1.92kWh. 계산 상 약 10Km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도 여러 내연기관 차처럼 두 단계로 나누어 배터리를 충전 경고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충전 표시 시기가 다르고 그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도 차이 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반 정도라서, 과거 내연기관차 연료 경고등 대하는 습관으로 운전하면 낭패 볼 수 있다. 전기차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어부바’ 견인을 종종 당한다. 주행 가능 거리를 맹신했거나 본인 예상보다 충전소가 멀었던 것이다. 특히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1세대 전기차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1세대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100~200Km였고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 10~20Km 갈 수 있다. 그러나 배터리의 상태, 외부 온도 등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 편차가 크다. 여기에 배터리의 열화도 무시하지 못한다. 클러스터에 20Km 정도의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돼도 실제는 5~10Km밖에 주행을 못한다.
요즘 나오는 2세대 전기차들은 그나마 배터리 기술력이 나아졌다. 그래도 간혹 구동용 배터리 방전되면 보험사나 제조사에 긴급 충전 서비스를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예방하는 것이 좋다. 불편함과 낭비되는 시간도 문제지만 배터리의 수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완전 방전 상태까지 방치하지 말고 충전소까지 견인하는 것이 배터리 관리에 나을 수도 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효율적인 관리는 SOC(State Of Charge, 충전 상태)가 20%일때, 80%까지 충전하는 것이 효율상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운행하면 전체 배터리 용량 중 60% 정도만 활용하게 된다. 64kwh 배터리라면 38.4kwh 정도만 사용하는 꼴이 된다. 2세대 전기차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184~230km 밖에 안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배터리의 완전 방전만큼은 피하는 게 좋겠다. 현대/기아 차량 전기차 운전자들은 노란 거북이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이 경고등을 보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고석연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글 유제헌 | 에디터 고석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