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볼보 코리아는 연식변경을 거친 C40 리차지를 공개했다. 단순 업데이트인 만큼 외관상의 변화는 없이 기존과 동일하다. 대신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약 51km 가량 늘어나는 등 전기차로서의 본질이 강화되었다. 이로써 항속거리는 407km이다. 신기한 점은 배터리 용량이 기존과 동일한 78kwh라는 것인데, 앞뒤 모터의 구동 출력을 변경하고 로직을 수정하여 전비를 12%가량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외 티맵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2.0 설치 등 커네틱비티를 개선했다. 한국 시장에서 볼보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뤄왔고, 이번 C40 리차지는 항속거리의 개선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외관상의 변화가 없다고 하여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볼보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C40 리차지는 볼보의 소형 SUV ‘XC40’과 CMA 플랫폼을 공유한다. 정확히는 XC40의 순수 전기차 모델인 ‘리차지’를 쿠페 스타일로 꾸며낸 것이다. 그리하여 C40 리차지는 볼보 브랜드 최초의 쿠페형 SUV가 되었다. 2010년대 후반의 볼보는 디자인 혁신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 시키는데 성공했고, 쿠페의 루프를 지니게 된 C40 리차지는 더욱 진취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볼보 C40 리차지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C40 리차지는 볼보의 가솔린, 순수 전기 범용 플랫폼 ‘CMA’로 개발된 소형 SUV다. 이 CMA 플랫폼으로 개발된 차종이 XC40이고, 모회사에 함께 속해있는 ‘폴스타 2’ 모델이다. 아무래도 시장 수요가 해치백보다는 SUV 중심으로 흘러가는 만큼 ‘볼보’ 브랜드에서는 소형 SUV로만 양산이 되었다. 아울러 볼보가 양산한 소형 SUV로서는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정해보자면 볼보 C40 리차지는 준중형 해치백에 속했던 ‘V40’의 후속작이다. 지금도 볼보는 ‘클러스터’라는 명칭으로 세단과 SUV를 통합하여 등급을 구분 짓는데, C40이 ’40 클러스터’의 역사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관련성이 없지는 않다.

볼보는 2013년 ‘컨셉트 쿠페’를 공개한 이래 지금과 같은 패밀리룩을 구축하게 되었다. 2012년에 공개되었던 V40은 그 과도기에 공개된 해치백이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2016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타 라인업과 같은 ‘T’자형 DRL을 접목하여 패밀리룩을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사다리꼴 형태로 길게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유선형의 바디라인, 곡선으로 뻗은 현세대 볼보의 이미지와 차이가 상당하다. 그만큼 볼보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전반적인 디자인 개선에 힘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대칭형 엠블럼과 C필러를 감싸는 세로형 테일램프는 어느 정도 헤리티지를 연결하고자 노력하는 대목이다.

C40 리차지는 시작 단계부터 볼보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가 접목되었다. 확실히 이전 세대 볼보에 비해 정돈되고 단순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볼보가 스웨덴 출신의 브랜드라는 점에서 ‘스칸디 나비안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는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접해보았을 표현이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볼보는 현재 패밀리룩의 원형이 된 ‘컨셉트 쿠페’를 공개하면서 ‘권위, 창의성, 활동성’ 세 가지 요소를 담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특성들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견으로 보자면 이 ‘권위’ ‘창의성’ ‘활동성’ 모든 요소들이 C40 리차지에도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볼보가 설명하는 권위란 쉽게 말해 보수적인 인상을 의미할 수 있다. 직선형으로 구성된 그릴이나 램프, 범퍼 형상 등 모던하지만 결코 진취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원래 보수적이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정석’적이라는 의미다. ‘창의성’은 디자인의 완성도에서 엿볼 수 있다. 디자인 요소의 배치, 활용을 통해 이질감이 없고 하나의 덩어리 같은 디자인을 연출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패널과 패널 사이 분할선이 최대한 가려져 있다. ‘활동성’은 크로스오버를 택했다는 그 시점부터가 아닐까 싶다.

자세히 디자인을 해체해 본다. 팔각형의 그릴은 볼보가 앞세우는 자동차의 가치 ‘안전’을 표현하는 듯하다. 직선적인 윤곽선으로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는 비율을 지니는데, 시각적으로 단단해 보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변화하면서 개구부는 하단에만 얇게 뚫었다. 단단한 인상은 더욱 강해진다. 그릴과 보닛이 직접 맞닿는 형태로 헤드램프도 마찬가지다. 보닛과 프런트 마스크의 분할선이 최소화되어 하나의 ‘덩어리’같은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디자인 완성도를 향상시키는 대목이다. 헤드램프에는 토르의 망치라는 별명을 가진 ‘T’자형 DRL이 빛난다.

헤드램프의 윤곽선은 사다리꼴 형태다. ‘T’자형 그래픽을 유지하면서 조금은 스포티한 멋을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로 느껴진다. 범퍼까지도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간결하고 단단해 보인다. 그릴 하단부에 양 끝 에어 인테이크를 연결하는 라인이 배치되고, 차폭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형상 자체는 단순하지만 음영 대비가 꽤나 강렬하기 때문에 밋밋한 디자인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정면보다는 측면으로 시야를 틀었을 때 입체적인 실루엣이 강조되는 형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스키드 플레이트는 플라스틱의 색감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그만큼 차체 높이가 낮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긴 하다.

순수 전기 차이지만 휠베이스가 극단적으로 길어 보이진 않는다. CMA 플랫폼 자체가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 겸용이므로 약간의 제약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적으로만 볼 때 단점은 아니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비율이 나타난다. 즉, 프런트 오버행과 리어 오버행, 프레스티지 디스턴스 모두 짧은 전륜구동 CUV의 비율이다. 후륜구동의 역동적인 비율은 아니더라도 엉성한 캡 포워드 스타일보다는 매력적이라 느낀다. 특히 수평 형태의 보닛은 길이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고, C40의 핵심 요소인 쿠페스타일 C필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A필러 경사도 비교적 가파른 편에 속한다.

디테일을 살펴본다. 전면부를 깔끔하게 마감했던 보닛은 ‘클램셀’ 타입으로 프런트 펜더를 덮는 형태이다. 헤드램프의 분할 선과 그대로 연결되는 파팅 라인이 오히려 정제되어 보인다. 그리고 보닛의 파팅라인은 도어 패널과도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종결된다. 스키드 플레이트가 뒤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형태라서, 이면적으로 차체 전고는 더욱 슬림 해지는 실루엣이다. 로커 패널 상단을 장식하는 음영까지 역동적인 분위기를 과시한다. 윈도우 라인은 곡선형의 루프라인을 따르면서, 하단부는 역시 직선을 통해 안정감을 지니게 된다. C필러로 뻗어 나온 테일램프는 쿠페 스타일 루프는 ‘빛’이라는 소구로 강조해 준다.

후면 디자인은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인다. 상대적으로도 디테일 요소가 많은 건 사실이다. 우선 테일램프는 세련된 감각을 위해 두께를 최소화했다. 그렇게 세로 형태의 LED 라인이 루프라인과 리어 펜더의 볼륨을 과시해 주고, 트렁크 리드를 파고들며 수평성을 표현한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에는 ‘점선’이 활용되어 역동적인 인상을 강화해 주기도 한다. 테일램프를 세로 형태로 표현한 건 단지 ‘멋’을 위한 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시인성을 확보하여 안전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볼보의 배려이기도 하다. 테일램프는 루프를 연장하는 스포일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스포일러 형상도 예사롭지 않다. 보통 스포츠카들이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헤드룸 사이의 굴곡을 활용하는 ‘더블 버블’ 스타일을 택하곤 한다. 정확히 같은 목적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양측으로 돌출된 에어로 파츠는 꽤나 흥미로운 디자인 요소다. 또한 테일게이트의 끝부분에도 윙타입 스포일러를 부착한 걸 보면 볼보가 C40 리차지의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면 부는 스키드 플레이트 면적이 굉장히 두꺼워지면서 공격적인 스탠스가 강화되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엠블럼을 제외하고는 ‘크롬 가니시’가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이라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대략 11인치 크기의 세로형 센터 모니터와 디지털 클러스터가 핵심이다. 볼보가 처음 인테리어 디자인을 변화시켰을 때만 해도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대중적이진 않았다. 지금은 브랜드의 수준을 막론하고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실내 디자인의 주축으로 활용한다. 하나, 터치스크린의 경우 조작감과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안전’을 중시 여기는 볼보의 선행이 굉장히 의외였다. 이 같은 부분은 디스플레이의 피드백 효과나 U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볼보 코리아는 티맵과 협력하여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클러스터를 기본화하면서도 매립형으로 활용한 점은 시인성을 고려했을 것이다. 두터운 그립을 지닌 스티어링 휠에는 사각형의 혼 커버가 적용된다. 디자인만 바라볼 때는 역시 스칸디나비안 감성이 느껴진다. 고급감을 자아내는 크롬 소재의 에어벤트와 오디오 시스템, 인테리어 트림과 각종 색상 배합 등 ‘프리미엄’ SUV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대화면 모니터 덕분에 디자인이 훨씬 깔끔해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상등을 비롯한 주요 버튼만 센터패시아에 남아있고, 이 외에는 수납공간으로 사용된다. 심지어 기어노브도 굉장히 아담한 형태이다.

C40 리차지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볼 때 간결하고 상징적이다. 하지만 기계 장치의 경우 관찰자가 간결하다고 느낄수록 이면에는 더욱 많은 노력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징적이라는 표현 역시 볼보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오랜 기간을 공들여 왔기 때문에 성립될 수 있었다. C40 리차지는 볼보가 최초로 기획한 소형 SUV 이자 쿠페형 SUV였다. 균형미가 느껴지는 비율과 완성도가 뛰어난 루프라인은 그런 ‘최초’라는 수식어가 무안해진다. 볼보의 타 클러스터와 비교해 보아도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링이 C40 리차지가 인기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단 10년 전까지만 해도 볼보는 MZ 세대가 찾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고리타분하고 권위적인 디자인은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있었고, 특히 ‘안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다는 점도 젊은 층들에게는 큰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다. ‘권위’ ‘활동성’ ‘창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볼보의 스칸디 나비안 디자인은 과거를 되돌아본 결과였다. 그렇게 과거로부터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지금도 볼보의 디자인은 보수적이다. 하지만 미래적이고 현대적이다. C40 리차지가 쿠페스타일 루프를 접목한 것도 볼보의 시각에서 보면 굉장히 과감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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