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전기자동차를 소유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확히는 명백해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비하여 충전시간과 안정화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석유사회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중들에게 전기차를 소비해야하는 가치를 알려야 한다. 그에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프리미엄’이란 이미지로 마케팅을 시작했고, 주요 인사들을 타게팅하여 전기차의 가능성을 알렸다.

반대로 대중 브랜드들이 취해야 하는 방식은 달랐다. 기업 가치는 고정적이고, 비교적 저렴하고 효율과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양산해야 한다. 레거시 브랜드들은 생산및 판매 인프라가 일부분 구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비해 자동차 시장 침투력이 강했다. 그 시작은 내연기관 차종을 개조해 판매하는 컨버전 전기차였다. 이내 전기차만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생산성과 특수성을 강화한다. 특히 폭스바겐 그룹은 경제 규모를 기반으로 스포츠카, SUV, 양산형 승용차 각각에 특화된 모듈러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2022년에 공개된 폭스바겐 id4는 대량 생산을 위해 개발된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다. 대중형 전기차는 장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V 전용 플랫폼 특성상 차체 디자인이나 비율은 다소 엉성하고 이질적일 수 있다. 다만 드넓은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최적화된 전력 설비 등 전기차의 강점을 살려낸 패키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충전 시간이라는 제약을 지니고도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 성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던 폭스바겐 그룹인 만큼, 전기차 시대의 역량도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시승 차량은 폭스바겐 id.4 PRO 트림이다. 초기에는 시승차량과 같은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되었는데, 2023년 연식변경과 함께 일부 옵션이 제외된 Pro light 트림이 출시된 바 있다. 프로 라이트의 경우, 배터리 용량과 단일 모터 사양은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 PRO 트림의 옵션 자체가 풍부한 편이기도 하다. iq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전동시트, 12인치 디스플레이, 트래블 어시스트, 글래스 루프, 20인치 휠 등이 포함된 사양이다

전면 디자인을 살펴본다. 직선으로 구성된 IQ 매트릭스 헤드램프나 얇은 가니시는 폭스바겐 다운 성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유연함을 강조하는 바디스타일은 기존의 폭스바겐과 다소 상이하다. 역시 전기차 플랫폼의 영향이 크고, 프런트 마스크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디에이터는 차체 하단부의 넓은 그릴 메시로 옮겨졌고, 범퍼 양끝에는 공력성능 개선을 위한 큰 크기의 에어커튼이 구현되어 있다. 또 차체 하단부에는 두꺼운 면적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어 다용성의 크로스오버를 표방하기도 한다.

전용 플랫폼을 채택하며 프런트 오버행의 길이가 축소된다. 그리고 앞 차축과 도어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도 매우 짧다. 보통 프런트 오버행과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는 반비례 하는데, 플랫폼 자유도를 기반으로 휠베이스를 확장한 전기차의 특성이 반영된 부분이다. 캡포워드 스타일로 뻗어나간 A필러는 C필러까지 유연한 곡선으로 구성되었고, C필러에는 어두운 색감의 가니시를 덧붙여 꽤 매력적인 스타일링을 구성했다. 높게 포지셔닝된 테일램프로부터 그려지는 유연한 캐릭터라인도 인상적이다.

심미적으로는 후면 디자인에서 가장 만족했다.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과 낮아지는 루프라인으로 인해 뒷유리 면적은 상당히 좁아진다. 때문에 쿠페처럼 스포티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테일램프의 위치도 높게 형성되는데, 얇은 수평형 LED 라인이 스탠스를 보완해 준다. 특히 iq 매트릭스 led 램프의 내부 그래픽은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다. 해치게이트의 굴곡은 보다 볼륨감 있는 차체를 만들고, 비교적 스키드 플레이트 면적이 두껍다보니 바디 전고가 낮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오픈 스페이스를 추구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특히 클러스터를 약 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대체한 점이 인상깊다. 덕분에 전방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우측에는 변속기 레버를 위치켰고, 대부분의 기능들은 12인치 크기의 센터 모니터로 제어하게 된다. 그 밖의 버튼들도 터치패널에 통합되어 있다. 대시보드와 윈드실드의 접점에 LED라인을 내장시켜 운전자 경보를 돕기도 한다. 전체적인 대시보드 레이아웃도 단정하고, 전기차답게 부족하지 않은 수납 공간과 무드램프, 색 배합 등 많은 구성요소들이 만족스럽다.


그렇듯 전기자동차의 강점은 넓은 실내 공간이다. 2열 레그룸도 정말 넓고 평탄하다. 센터콘솔을 낮게 디자인했고,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까지 탑재하여 ‘오픈스페이스’라는 목표를 이룬다. 옵션은 에어벤트와 암레스트, USB포트 정도로 단순하지만 시트 등받이 각도가 누운편이라 편안했다. 러기지 보드로 트렁크 공간과도 분리되어 있다. 트렁크 면적도 차체 크기에 비해서는 넓게 느껴졌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전기차를 선택해야할 명백한 이유중 하나가 공간활용성이다. id4의 넓은 실내 공간은 확실한 강점이다.

id4는 운전석에 앉으면 별도로 시동장치를 작동시킬 필요가 없었다. 클러스터 측면의 레버를 돌리면 모터에 전원이 인가되는 방식이라 오작동의 문제점도 크지 않다. 변속을 하면 대시보드 끝부분의 LED라인이 점등된다. 엑셀을 밟아 오토홀드를 해제하면 차량은 부드럽게 나아간다. id4의 경우 오토홀드를 해제하면 언덕길 밀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따로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기어 레버를 한번더 위로 당겨서 회생제동을 사용하면 밀림 현상도 나아질 것이다. 비교적 회생제동의 강도가 강한편은 아니었다.

단순환산시 모터의 최대 출력은 201Hp, 최대 토크는 31.6Kg.m이다. 싱글모터로 후륜 축에 구동력을 가한다. 배터리 용량이 82kwh로 높은편이라 공차중량이 무겁다. 대략 2.1톤을 넘어서고, 때문에 모터의 출력은 과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이다. 제로백은 8.5초, 무게에 집중한다면 예상보다는 가속성능이 뛰어났다. 최대토크가 바로 입력되는 전기모터의 공통된 특성으로 초반 가속이 답답하지 않다. 뒷바퀴를 굴린다는 점에서 구동력 전달은 더욱 매끄럽고 직관적이다.

스티어링 감각은 적당히 묵직하다. 휠베이스가 길어서 그런지 후륜구동이라 느끼기에는 다소 언더스티어 성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독일 해치백과 다르게 편안한 드라이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차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댐퍼 세팅이 마냥 가벼울 수 없다. 그럼에도 적당히 충격을 흡수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급제동이나 가속에서는 차체 흔들림이 적다. 사실 섀시 구성에 있어 id4가 논란이된 부분은 브레이크다. 후륜 브레이크가 디스크가 아닌 드럼 방식을 채택한다.

보통 드럼방식의 브레이크는 단가가 저렴하고 마찰면이 넓어 화물 트럭에 사용된다. 또, 브레이크 슈가 드럼에 내장된 형식이라 외부 이물질에 대한 영향과 마모가 느리다. 단점으로는 세밀한 제동력 세팅과 열배출이 어렵기 때문에, 페이드 현상과 같은 제동성능 저하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또, 소모품 교체주기가 다가오면 정비성이 매우 불편다. 대부분의 양산차가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택하는 만큼, id4의 드럼 브레이크는 논란이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전기차의 브레이크 사용빈도가 낮아지더라도 근본적인 목적은 원가절감이라는 시선이다.

그래도 회생제동을 사용하면 브레이크 사용빈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는건 명백한 사실이다. 에너지 회수와 브레이크 성능 보존을 위해 회생제동을 굳이 사용해야할 이유도 있다. 개인적으로 드럼브레이크를 채택했다고 해서 특별한 성능 저하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의식을 하고 제동을 걸어봐도 차이점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전륜 브레이크가 캘리퍼 방식이기도 하며, 급제동시 브레이크 성능이 강조되는 부분도 앞바퀴다. id4의 섀시 특성상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에 초점을 두고 있지도 않고, 최고속도도 160km/h에 제한되어 있다. 즉, 드럼브레이크 자체는 큰 문제점이 되지 않다고 느낀다.

그보다 편안한 주행감과 탁 트여있는 시야, 정숙성에 가치를 더하게 된다. 변속기가 없으니 가감속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다. 의외로 5인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정보 전달에 충실했으며, 트래블 어시스트로 항속주행도 편안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인증 항속거리는 약 440km, 최대 급속충전시 80%까지의 충전시간은 약 36분이라 한다. 전기차로써 경쟁모델과 비교할때 부족함이 없는 제원을 보유했고, 오히려 공간및 가격에 대한 이점을 따져보면 앞서나가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ID.4를 시승했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감성이 있으나, 전기차의 이점을 강조하기 위한 변화가 역력했다. 기본기가 충분한 하드웨어 세팅은 전기차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고 신뢰도를 개선한다. 오픈스페이스의 시원한 개방감과 전기 모터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다른 차원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ID4는 전적으로 패밀리카 성향으로 기획된 크로스오버타입 승용차고, 전기자동차의 특수성은 패밀리카의 목적성과 부합하는 부분이 있었다. 가정을 위한 자동차 같다. ID4의 제품성은 상당히 평온한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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