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전동화 로드맵에서
느껴지는 전통 제조사의 고민

2020년은 전통 제조사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전동화를 좋든 실든 이전보다 더 빠르게 추진할 수 밖에 없는, 급격한 환경 변화의 해임을 연초에 언급하였던 바 있다. ( 급변하는 2020년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 유럽의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와 피크 카 이후의 세계 )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이와같은 흐름은 꺾이지 않고 있는데, 각 제조사들의 대응방법은 꽤 다양한 편이다.

 

 

그 중에, 마치 현대차의 아이오닉 3총사 (HEV, PHEV, BEV) 체제처럼 한 플랫폼에서 내연, 부분전동화 및 완전전동화를 당분간 모두 커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특징인 브랜드가 BMW 이다 (아래 2020년 IR 자료 참고)

 

BMW 2020년 IR 자료

 

BMW의 전략은?

자동차는 개발 사이클이 시간적으로 무척 길고, 개발의 비용도 많은 편이므로 한번 잡은 방향의 결과가 나쁜 경우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입을 수 밖에 없는데, 내연차량에서 업게 최고 수준의 그로스 마진을 누려오던 BMW 입장에서 i3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것은 큰 고민과 번뇌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순수 전기차 모델을 추진하지 않고 최소한 중간은 가는 식으로 BEV, PHEV,내연차를 동시에 가는 전략을 취한다.

이 전략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우선 내연차의 높은 그로스 마진을 상당부분 유지하면서 테이퍼링 (taper off) 할 수 있기 때문에 BMW 의 재무적 해자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PHEV 등을 유지하여 BMW 의 제품생산 밸류체인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BMW 의 브랜드 파워를 지닌 BEV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많은 세그먼트와 폼 팩터에 대응하는 전동화 라인업을 낮은 개발비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파생 모델 기반의 BEV 의 특성상 원가가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그말 그대로 ‘one platform fits all’ 전략으로는 BEV 를 팔아서 마진을 남기기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간의 이행 기간 동안은 BMW 에서 BEV 는 전동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며, 규제를 클리어하기 위한 방책의 역할을 한다.

 

BMW 2020년 IR 자료

 

이러한 전략으로 일단 전동화 차량의 믹스를 단기적으로 최대한 늘인다는 전략이 2020년 IR 에서 제시되었는데, 2017년 제시된 전동화 로드맵과 전반적으로 일맥상통하지만 조금 더 템포를 올렸다고 볼 수 있겠다 (아래 2017년 자료 참고)

 

 

 

 

BMW 2020년 IR 자료

 

결론적으로 전동화 차량의 규모를 빨리 늘이고, 동시에 앞으로 수 년 간의 시간을 벌어 밸류체인을 수정하고 파워트레인을 고도화함에 따라 향후 BEV 기반으로도 BMW 에 걸맞는 높음 이익을 창출하는 계획이다.

 

 

BMW 2020년 IR 자료

 

그러나 2018-2019년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익이 감소되는 기간이었고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된, 또한 연관되지 않은 추세적 경기침체로 인해 2020년은 더욱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가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수 년간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BMW 2020년 IR 자료

 

EBIT 마진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난 수 년간 BMW 는 볼륨의 확대와 세그먼트의 세분화에 중점적으로 치중하며, 그동안 전통적으로 브랜드 해자로 여겨졌던 고성능, 최신 기술의 이미지를 다소 상실해온 면이 있다.이머징 시장에서 볼륨을 늘이는 것에 치중한 결과 하드한 감성이 많이 빠지고 쾌적한 고급차의 느낌을 살리는 데에 집중하였고 M 배지는 카본룩 드레스업과 같은 처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더 문제는 근본적으로 BMW 가 장점으로서 추구해오던 랙이 극단적으로 짧고 민첩한 (agile한) 느낌의 NA (자연흡기) 기반 파워트레인 셋팅과 50:50 무게배분이 주는 선회시의 우수한 특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극단적 레스폰스와 낮은 무게중심, MR 수준으로 차량 가운데에 몰려있는 질량 등이 특징인 순수 전동 파워트레인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잘 셋팅된 NA 차량의 장점을 쉽게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 하나이며, 반면 내연 부문에서 BMW 는 가솔린, 디젤 모두에서 과급엔진을 본격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며 볼륨을 증가시키는 댓가로 날카롭고 뾰족하고 단단한 것으로 쌓아온 회사의 해자를 스스로 흙으로 덮어버린 셈이다. 물론 E60 M5 시절의 BMW로 돌아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마치 코로나 전의 항공 여행을 지금 상상하기 어려운 것 처럼.

 

 

그러나 BMW는

그러나 BMW 는 그간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섀시와 파워트레인 개발에 있어 많은 준거가 되어 온 훌륭한 회사였고 그 좋은 영향이 현대기아차에도 광범위하게 미쳐 있는 바로, 궁극적으로는 이 회사가 몇 년 간의 진통을 겪더라도 전동화 차량에서 고유의 브랜드 장점을 확립하는데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바람과 함께 다음 포스팅에서는 실제로 BMW 의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경험을 기술하도록 하겠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급변하는 2020년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 유럽의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와 피크 카 이후의 세계

이전 글8번째 수소충전소, 서울 강동구에 오픈!
다음 글LG화학, 현대기아차에 수조원대 배터리 공급